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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나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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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화면조정 식물들이 분갈이를 당하면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최대한 뿌리를 건드리지 않고 뿌리가 움켜쥔 흙을 털어내지 않은 채로 새 화분에 옮겨 담아 준다. 옮긴 뒤에는 평소와 다르게 물을 더 듬뿍 주거나 덜 주면서 새 환경에 적응하도록 기다려준다. 이직도 꼭 같다. 더 성장하기 위해 넓은 그릇으로 갈아타는 것이지만 나의 연약한 뿌리를 드러내며 옮겨지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이 곳에 오고서 계속 과거를 생각하게 된다. 전직장은 이랬는데, 전 팀장은, 전 직장 동료들은, 전 회사는. 더 나아진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지만 산술적으로 계산해봤을 때 지금이 훨씬 낫다. 여기에서의 불만들은 사소하고 해결 가능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나에게 그럴 권한이 없어서 그런지 새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전에..
이직, 확신하기 입사한 지 한 달. 지난 번 글에서 표현한 야심차고 적대적인 마음이 창피할 만큼 잘 지낸다. 생각이 나이든 사람들, 경험에 기대어 설득하려는 사람들을 보지 않아서 좋다. 반면에 이전에 비해 업무량이 압도적으로 많고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동시에 진행되어서 소화하기도 적응하기도 어렵다. 전체 근무기간의 90%를 재택근무로 보내고 있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여기에 온 뒤에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격렬히 받는다. 흔히들 말하듯 어릴 때 상상한 나의 삼십대는 이런 미숙한 모습이 아니었는데. 나 역시도 이렇게 나이를 몽땅 먹고서야 관계를 어떻게 가꾸는 것인지, 주어진 업무만 하는 것과 능동적으로 찾아가며 일하는 것이 어떤 차이인지 어렴풋하게 배워간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놓이니..
이직, 다짐하기 힘겨웠던 이별은 잘 해냈다. 이제 약간의 숨고르기 후 새 직장으로의 출근길에 오를 일만 남았다. 앞선 글에 적었듯이 아주 좋은 직장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회사 문화나 근무환경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손해보는 것 같은 시작점에 있지만 이것이 실제로 손해가 되는지는 나에게 달렸다. 여기를 가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포인트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서는 내가 내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그 자체로 내 커리어가 되어줄 것이다. 그러니 더이상 퇴근 후에 나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느라 애쓰지 않을 수 있다. 그간의 업력을 봤을 때 대단한 피봇이 있지 않다면 오래 다닐 곳이 아니다. 그러니까 짧고 굵게 이 작은 기회를 최대한 알차게 뽑아 먹자. 나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 내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내 커..
이직, 사랑받았다 이직을 결심하고 이력서와 경력기술서를 쓰고 보내고 새로운 사람들의 연락을 받고 만나고. 점처럼 시작된 작은 사건들이 이어져 선으로 이어지는 것만 같다. 점으로 시작된 선은 점점 진해져 이제 내가 지금까지 그려온 선만큼이나 선답다. 메일함에는 드디어 오퍼레터가 도착했고 내게 남은 것은 현 직장에 퇴사일을 통보하는 것. 그뿐이다. 동료들에게 한 명씩 조용하게 나의 이직을 알렸다. 진심으로 내 입장에서 축하부터하는 동료도 있었고 깊은 슬픔이 눈에 서린 채 축하를 건네는 동료도 있었고 거짓말하지말라는 말을 두 번쯤 반복하고는 울어버린 동료도 있었다. 좋은 동료들과 일할 기회를 놓아버리는거라 내가 서운할 수 있겠다는 생각해봤고 다른 사람들도 오래 손발을 맞춘 동료가 없어지면 아쉬워할 거라는 생각은 해봤다. 그런데..
이직, 돈과 일 그리고 시간 이직을 진행중이다. 신입을 기웃거리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이직이라니 대견하기도하고, 연봉 측면에서 출발점을 높일 기회는 영영 잃었구나 싶기도 하고 온갖 복잡한 마음이 휘몰아치는 며칠이다. 최종면접을 마치고서부터 하루도 마음이 편한 날이 없다. 최종면접에서 만난 나와 함께 일할 실무팀장이 나와 잘 맞을지 감이 오지 않는다. 좋은 사람인 것 같긴 했는데, 똑똑하긴 할 것 같은데, 어쩐지 그 사람의 화법은 착착 알아들어지지가 않고 애매모호한 구석이 있었다. '여긴 아니려나, 면접 연습했다치지 뭐.' '그래도 일은 나랑 맞을 거 같은데, 여기 와야 되나.' 복잡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합격 통보를 받고서부터는 더 혼란스러웠다. 매우 적은 인상률의 기본급에 복리후생비를 이리저리 끼워맞춰서는 나의 희망연봉에 얼추 맞지..
가을이 주는 조용한 위로, 밤조림 만들기 지난번에 공씨아저씨네 글을 읽고 조급한 마음 대신 정성을 담아 요리를 해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마침 리틀포레스트에서 봤던 밤조림 생각이 났고, 블로그와 유튜브를 뒤적여가며 주말동안 만들었다. 완성품을 구매하는 것도 귀찮아하던 내가 밤을 한 알 한 알 고르고 다듬고 끓이는 모습이 스스로도 낯설었다. 그런데 주말을 내리 쏟아부었는데도 시간이 아깝기는 커녕 과정 하나하나가 즐거웠다. 정성을 들여 완성한 이 귀여운 가을디저트가 냉장고에서 석달을 더 잠들어있어야 한다는데도 이 긴 과정에 질려버리기는 커녕 기대가 된다. 나에게 주는 석달짜리 선물같다. 옥광밤 1.5kg (껍질까기 전) 베이킹소다 2.5T 브랜디 3T 양조간장 2.5T 설탕 750g 밤에도 종류가 엄청 다양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내가 주문한 것은 ..
자연의 섭리를 따라 알차고 달콤하게, 공씨아저씨네 과일가게 공씨아저씨네 과일가게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언제나 예쁘고 정돈된 과일만 보고 자라온 나에게 원래 과일은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고, 그것보다 못생겨도 더 맛있다고 말하는 곳이었다. 글솜씨도 좋으셔서 홈페이지를 뒤적뒤적, 브런치를 뒤적뒤적하다가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다. 명절이 과일을 망친다며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과일을 판매하시는 분인데도 명절이 없어져야 한다니? 과일은 명절이 특수 아닌가? 요지는 명절에 맞춰서 과일의 재배시기를 앞당기기 때문에 과일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농사는 농사대로 지어놓고 더 맛있게 익을 수 있는 과일을 기다려주지도 못한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지. 밥을 하더라도 우리는 뜸 뜰이는 것의 중요성을 아는 민족이 아니던가! 추석선물로 마트에 진열되어있던 레드향은..
우리는 모두 꼰대가 되어간다. 최근에 아주 특이한 친구를 만났다. 사람과 책을 좋아하고 일도 열심히하고 자기 객관성도 높은 사람인데 본인의 세계관을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하고 싶어하는 묘한 면이 있었다. 그의 세계관은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하고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의 다른 사람이 '한계'를 회피하거나 도전하려고 하지 않아보이면 자꾸 자극을 하는 것이다. 상대방은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것이 '한계'인지 알 수 없는데도 말이다. 그의 눈에 보인 '한계'는 사실 상대방에게는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혹은 그의 자아를 지키기 위한 안전한 성일지도 모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헷갈리는 또 다른 특징은 그가 그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이런 자극을 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너와 다른 나를 네가 이래라 저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