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결심하고 이력서와 경력기술서를 쓰고 보내고 새로운 사람들의 연락을 받고 만나고. 점처럼 시작된 작은 사건들이 이어져 선으로 이어지는 것만 같다. 점으로 시작된 선은 점점 진해져 이제 내가 지금까지 그려온 선만큼이나 선답다. 메일함에는 드디어 오퍼레터가 도착했고 내게 남은 것은 현 직장에 퇴사일을 통보하는 것. 그뿐이다.
동료들에게 한 명씩 조용하게 나의 이직을 알렸다. 진심으로 내 입장에서 축하부터하는 동료도 있었고 깊은 슬픔이 눈에 서린 채 축하를 건네는 동료도 있었고 거짓말하지말라는 말을 두 번쯤 반복하고는 울어버린 동료도 있었다.
좋은 동료들과 일할 기회를 놓아버리는거라 내가 서운할 수 있겠다는 생각해봤고 다른 사람들도 오래 손발을 맞춘 동료가 없어지면 아쉬워할 거라는 생각은 해봤다. 그런데 이 정도의 강도로 힘든 일인 줄은 정말 몰랐다. 그만큼 좋은 동료들과 사랑받으며 일했다는 반증이니까 감사하게 생각하자.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데 왜 이렇게 가슴 속에 울음이 가득차는지 모르겠다.
마지막날 자꾸만 사람들이 편지와 선물을 쥐어주었다. 선물 중에는 내 취향을 매우 정확히 맞히다못해 거의 부숴버린 친구도 있었다. 편지에 적은 문장들은 각자의 색깔대로였지만 응원해주려는 마음은 모두 같은 빛깔이었다. 정말 정말 많이 사랑받았다. 이 사랑덕분에 내가 조금 더 성숙해졌고, 성장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말은 정말 진리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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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철없는 나를 참아주고 치켜세워주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여러분이 준 사랑을 가슴 한 켠에 품고 저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될게요. 정말 고맙습니다.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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