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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나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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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넉 달, 길고 긴 가을 이번 달은 다른 달보다도 더 길게 느껴졌다. 한달 사이에 계절이 달라져서 그런가보다. 창밖으로 보이는 색깔이 시시각각 달라져서도 그런가보다. 사진첩을 돌아보니 가을 풍경이 많이도 담겼다. 이렇게 가을을 깊고 길게 즐겨본 것은 정말 처음이다. 사람 욕심 참 끝도 없지. 충분히 마음 껏 즐긴 것 같은데도 가을이 조금만 더 있어줬으면 좋겠다. 1. 천천히 음미하는 가을 가을은 늘 휘리릭 지나가버리는 야속한 계절이었는데, 올해의 가을은 길고 느리고 넉넉했다. 단풍이 예쁘게 든 곳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닌덕에 붉게 노랗게 물든 나무를 그 어느 해보다 많이 봤다. 화담숲 주말에 찾아가려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기도 전에 피로해져버렸던 화담숲을 다녀왔다. 평일 낮에 갔는데도 사람이 무척 많아서 모노레일은 꿈도 꾸지 못했..
퇴사 석 달, 짝꿍이랑 같이 노니까 두 배로 재밌다 지난 달에는 조금 심심함이 올라왔는데, 짝꿍이 백수라이프에 동참하면서 싹 잊혀졌다. 이번 달에도 여전히 골프가 큰 비중을 차지했고 언제나 짝꿍이 함께 했다. 짝꿍! 다음 달까지만 나랑 더 놀자! 🥺 1. 여전히 골프에 가장 부지런한 우리 다음 달이면 골프를 시작한지 만 1년이 된다. 나에게 골프의 수명이 이렇게 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초반에 관심을 마구 불태우면 잠깐 뜸해졌다가 또 관심이 생겼다가를 반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11개월째 눈이 뒤집힌 상태 그대로인 기분이다. 아마도 짝꿍이랑 같이 해서 더 오래가는 중이겠지. 이번 달에도 여전히 파3 연습장과 인도어 연습장을 열심히 다니고 골프 예능과 유튜브를 봤다. 아니 아예 오히려 골프채를 들쳐업고 전국방방곡곡으로 돌아다녔다. 홍천, 소노펠리체 ..
퇴사 두 달, 심심하지만 좋아 퇴사한지 벌써 두 달을 꽉 채웠다. 첫 달에는 디톡스와 자유로움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행복한 달이었다면 두 번째 달에는 차츰 스트레스프리 라이프에 적응이 되어가는 기간인가보다. 그래서인지 조금 심심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회사를 다시 다니고 싶어진 것은 아니고. 회사를 다닐 땐 '회사다녀'라는 한 마디가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지를 심플하게 대변했다. 시간은 똑같이 흐르고,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농담이 진담으로 들릴 만큼 나의 매일매일은 부산스러운데 '나 요즘 OO해!'라고 정의되지 않는다는 건 묘한 씁쓸함이 있다. 이번 달은 뭘 하며 보냈는지 이번 달도 적어본다. 1. 혼자 맛있는거 먹으러다녀 혼자 놀아서 제일 슬픈 건 맛있는 것을 함께 먹으러갈 동반자가 없다는 것이다. 카페나 전시같은 건 얼마든지..
퇴사 한 달, 어떻게 보냈나 퇴사한지 벌써 1개월이 지났다. 빠르게 지나간 것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던 한 달. 특별히 대단한 걸 하면서 보내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 달을 뭘하며 보냈는지 가볍게 짚어보련다. 1. 돌아갈 날이 두렵지 않은 제주 여행 시간이 생각만큼 빠르게 지나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마도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일거다. 다들 퇴사 직후에 여행을 많이 가는 것 같았다. 여유있는 여행이 가능한 유일한 시점이 퇴사 직후이기도 하겠고, 퇴사가 주는 파워풀하지만 묵직한 해방감에 여행이 주는 기분좋은 해방감을 곁들이면 극대화된 해방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도 그래서 제주에 다녀왔다. 동남아 같은 곳을 갈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멀리 떠날 이유가 없었다. 퇴사를 하고 나니까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사라져서 일..
약물 치료 종료 - 메니에르병 귀에서 소리가 나서 이명전문이라는 3차병원을 다니기 시작한게 작년 12월.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대학병원으로 옮겨 본격 검사를 하고 약을 먹기 시작한게 3월. 그리고 지금은 7월 20일이니까 대략 4개월 동안의 약물치료였다. 이 사이에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청력까지 훅 떨어져서 중간에 잠깐 고생했지만 어찌어찌 잘 회복해냈다. 그리고 퇴사가 결정타가 되었는지 지난달부터는 귀에서 나던 삐소리도, 먹먹함도, 어지러움도 거의 다 사라졌다. 그래서 지난달부터는 메니에르치료약과 혈관확장약만 먹었고 이뇨작용을 하던 약들은 모두 빠졌다. 넉달동안 아침저녁으로 먹던 약을 안 먹어도 된다니, 괜히 기분이 묘했다. 정말 안 먹어도 되냐고 갑자기 막 어지럽거나 그러면 어떡하냐고 의사선생님에게 물었더니. 어지러우려면..
퇴사가 터졌다. 결국은 처음에 계획한대로 퇴사를 실행하기로 했다. 아니 마음을 먹고 실행한 것이라기보단 내 마음 속 퇴사가 터져나와버린 것에 가깝다. 퍼엉. 준비되지 않은 채로 퇴사가 터져버려서 싱숭생숭하던 주말, 우연히 돌아선 골목 한 가운데서 뭉게구름을 만났다. 마치 내 퇴사가 터져버리고난 잔재같은 뭉게구름을.
내가 원하는 게 퇴사가 맞을까? 입밖으로 퇴사라는 글자가 튀어나오려고하는 순간을 정말 열심히 참았다. 바글바글 끓는 냄비 같던 상태로 버티면서 끓어넘치던 거품이 조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퇴사자의 마음으로 일과 사람을 대하게 되어버리면서(자의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내 스트레스도 줄어들게 됐다. 회사에 통보해야할 시점을 앞두고 갑자기 근원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내가 원하는게 퇴사가 맞을까? '이 회사'를 나가고 싶은 이유가 분명히 있긴 하다. 믿음이 가지 않는 리더, 무능하고 이기적인 팀원, 나를 부품으로 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회사, 미래가 보이지 않는 내 포지션. 그런데 이 문제들이 다른 회사를 간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일부가 해결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겠지. 내가 원하는 것은 '이 회사'에서 벗어나는 것..
올 것이 왔다, 내가 겪은 오미크론 증상과 순서 예.. 제 차례가 왔습니다.. 방역도 느슨해지고 높은 확률로 걸릴 거란건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걸릴 줄은 정말 몰랐다. 친구들은 무증상도 많았는데 나에겐 무증상의 축복이 오지 않았다. 무려 4일을 끙끙 앓았고 그 후 2일은 비실거렸다. 처음에 자가검진키트로 오미크론에 걸렸다는 걸 확인했다. 난 회사에 격리휴무를 신청하려면 PCR이 필요해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지 않고 바로 보건소에 PCR을 받으러 갔다. 그런데 약을 받으려면 결국 동네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근데 PCR검사를 받은 뒤에는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격리를 해야해서 병원을 못 간다...!!! 그니까 만약 오미크론에 걸리면 동네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부터 받고 약타고 보건소 PCR받고 결과 나오면 회사에 제출하는 순서로 하는게 제일 현명하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