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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나의 하루

퇴사 넉 달, 길고 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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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은 다른 달보다도 더 길게 느껴졌다. 한달 사이에 계절이 달라져서 그런가보다. 창밖으로 보이는 색깔이 시시각각 달라져서도 그런가보다.

사진첩을 돌아보니 가을 풍경이 많이도 담겼다. 이렇게 가을을 깊고 길게 즐겨본 것은 정말 처음이다. 사람 욕심 참 끝도 없지. 충분히 마음 껏 즐긴 것 같은데도 가을이 조금만 더 있어줬으면 좋겠다.


1. 천천히 음미하는 가을
가을은 늘 휘리릭 지나가버리는 야속한 계절이었는데, 올해의 가을은 길고 느리고 넉넉했다. 단풍이 예쁘게 든 곳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닌덕에 붉게 노랗게 물든 나무를 그 어느 해보다 많이 봤다.

화담숲
주말에 찾아가려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기도 전에 피로해져버렸던 화담숲을 다녀왔다. 평일 낮에 갔는데도 사람이 무척 많아서 모노레일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천천히 걸으며 구석구석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오히려 모노레일을 안 타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3년을 별러 온 반계리 은행나무
800살 넘게 자리를 지켜온 은행나무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3년전 쯤이다. 그 때부터 매년 가을 이맘때에 반계리에 오려고 기를 썼는데 매번 경조사와 겹치면서 실패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1주일 남짓이기 때문에 '다음 주에 갈까?'하는 순간 기회는 날아간다. 올해도 반계리 은행나무는 일주일 정도만 노랗게 물들었다가 생각보다 많이 내린 가을비에 모두 떨어져버렸다고 한다. 난 올해는 평일에도 갈 수 있으니까 눈에 불을 켜고 매일 인스타그램을 확인해서! 드디어! 노랗게 물든 시기에 딱! 맞춰서! 보고왔다!


빚내서라도 한다는 가을골프
골프장에도 가을이 왔다. 조선잔디들은 황금빛으로 변해가고 페어웨이 양 옆으로 늘어서 있던 나무들도 화려해진다. 라운딩을 시작하기 전에는 조금 추운 느낌이지만 한 두 홀을 돌고나면 몸에 열이 오르면서 딱 적당한 날씨가 되어준다. 쾌청한 날씨 덕분에 몸도 쾌적하고, 화려하게 물든 풍경을 보는 재미도 있고.




2. 결점두 잘 골라낸 로스터리 찾아요!

요즘 내 최대 관심사는 깨끗한 커피마시기다. 커피원두는 생두 상태에서 문제가 있는 원두(결점두)를 골라낸 다음에 볶는다. 곰팡이가 피었거나 벌레 먹었거나 미성숙한 원두들을 골라내는건데 생각보다 이 작업을 꼼꼼하게 하는 로스터리가 없다. 귀찮기도 하겠고 볶으면 티가 안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레먹은 밤을 삶으면 벌레가 없어도 이상한 맛이 나는 것처럼 결점두는 커피 맛에 큰 영향을 준다. 맛만 영향을 주면 모르겠는데, 곰팡이균이 있는 원두로 내린 커피는 결국 독소를 마시는 셈이라 염증수치도 높인다고..

생두상태일 때 못 골라냈거나 로스팅 과정에서 본색이 드러나는 결점두를 골라내기 위해 로스팅 후에도 핸드픽을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로스팅 후 핸드픽은 생략하는 곳들이 많은 것 같다. 커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로스터리에서 구매한 원두인 데도 쉘빈이나 기형두가 꽤나 많이 나온다. 부디 곰팡이 생두들은 잘 골라낸 것이길...



3. 요즘...빵을 먹어도 속이 갠찬트라구?
내 머릿속 가벼운 식사의 대명사는 샌드위치다. 그런데 늘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할 때마다 빵과 버터가 걱정됐다. 밀가루를 먹으면 속도 불편하고 버터를 먹고나면 얼굴에 뭐가 나니까. 그런데....운동도 안 하구 집에 있는 시간도 길어서 체력은 더 떨어진 것 같은데 면역력은 좋아진건지 요즘은 빵이나 버터를 먹어도 속이 괜찮다..? (혹시 커피를 깨끗하게 먹어서 혹시 염증수치 내려간..?!) 그럼 좀... 먹어볼까..?

석계, 그레도제빵사
여긴 내가 포스팅한 적도 있는 '파운드그레도'의 본점이다. 여기 빵은 확실히 속이 편안하기 때문에 제일 부담없이 많이 먹었다.

공릉, 파운드그레도 - 정말 속이 편하잖아?

나는 밀가루와 고기를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밀가루와 고기를 먹은 날에는 위장에서 난리가 난다. 아픈 건 아니지만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고...그...게 상당히...고약...(그만) 그리고 질

milkbiscuit.tistory.com


별내, 빵에갸또
여긴 잘 찾아보지 않고 들어간 곳인데 얻어걸렸다. 샌드위치도 맛있는 편이었지만 샌드위치보다는 디저트류에 더 강점이 있는 것 같았다. 프랑스인 파티셰분이 운영하신다고 한다.


별내, 스웰즈
여기는 맛있는 빵집이라길래 찾아갔는데 그레도제빵사 완승.. 특히 샌드위치는 뭔가가 빠진 맛...먹고 나서 기운이 빠졌다.. 맛없어서..



포천, 마이포터리
여긴 빵이 아니라 분위기때문에 갔는데 여기서도 또 빵을 먹었네. 커피도 빵도 무척 맛이 없었지만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러 가기에는 베리머치 훌륭한 공간이었다. 부니기 ㅊㅐ고.


4. 맛집 탐방도 다녔다. 그런데 유튜브로 점철된...
백종원 선생님이 하시는 '님아 그 시장을 가오', 마츠다 부장님이 하드캐리하는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TV', 성시경의 '먹을텐데'. 이 세 채널이 내일 내가 뭘 먹고 싶어할지를 정하고 있다.

님아 그 시장을 가오 - 상주, 남천식당
시래기국밥이 3천원. 맛 자체는 특별할 건 없다. 집에서 끓인 시래기국이랑 비슷한 맛. 오히려 집에서 끓인 것보다 물이 많은 느낌의 연한 시래기국이다. 특별할 것 없는 시래기국이긴하지만 요즘 같은 물가에 계란까지 하나 들어있는 뜨끈한 국밥이 3천원이라니 말이 되나. 감사한 마음으로 밑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왔다.


오사사 마츠다부장님 - 야끼니쿠전문점 소량
당장 일본에 가서 야끼니쿠를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화로구이를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왔다. 고기 퀄리티가 좋지 않아서 다소 실망했지만 마츠다 부장님 때문에 자극받은 야끼니꾸 뽐뿌는 살짝 달랠 수 있었다.


성시경 먹을텐데 - 이남장 설렁탕
이남장은 짝꿍이 궁금해해서 왔다. 을지로 이남장이 본점이지만 나는 본점에서 나는 그 꾸릿꾸릿한 냄새를 싫어해서 삼성점으로 왔다. 나는 역시나 별 감동을 느끼지 못했고 짝꿍도 마찬가지였다. 이도곰탕이나 갈걸 그랬나 하면서 돌아왔다. 우리가 사랑하는 대우부대지개를 성시경이 또 먹을텐데에서 풀어버리는 바람에 대우부대찌개도 더 알려지기 전에 빨리 가야 한다...

이거는 성시경이 다른 식당에서 저 건고추 튀긴 걸 너무 맛있게 먹어가지구! 부러워서 나도 먹었다! ㅋㅋㅋ 메인은 오징어인데 고추튀김에 관심ㅋㅋㅋㅋㅋㅋㅋ 또 먹고 싶당



5. 이달의 전시 : 비비안 마이어
이달의 전시는 친구에게 끌려갔다왔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은 장난기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좋았다. 강렬한 감동은 없지만 은은한 포근함이 있었달까. 집에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쌓아뒀다는 것, 아이들에게는 무척 따뜻한 보모였지만 평생을 혼자 지냈다는 것, 키가 매우 크고 독특한 분위기를 지녔다는 것 등을 미루어볼 때 확실히 범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살아있을 때 본인의 사진으로 이만한 사랑을 받았다면 좋았을텐데 마이어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필름들이 빛을 봤다는 게 허무하고 아쉽다. 그리고 정작 사진을 찍은 본인은 쏙 빼두고 다른 자본들이 비비안 마이어를 상품화해서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은은하게 빡친다.


6. 이달의 디저트 : 붕어빵, 바나나푸딩
붕어빵의 계절이 왔다! 그런데 붕어빵 찾기가 너무 힘들다. 게다가 한 마리에 500원이라니. 에프용 붕어빵을 사봤지만 개당 가격을 따지면 사먹는게 싸다. 그리고 아무래도 길거리 붕어빵의 그 온도..습도..조명....따라잡을 수 업따 -.ㅠ


붕어빵 다음으로 내 관심을 받고 있는 거슨 바나나브레드푸딩. 찾아보니까 커스터드크림이랑 생크림이랑 계란과자, 바나나를 섞어서 뭉개두면 완성되는 디저트다. 커스터드 크림을 만드는 번거로움과 생크림 단가를 생각하면 먹고 싶을 때마다 사먹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하다.



7.열시미 작업중인 나
사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은 집, 아이패드와 포토샵 앞이다. 빨리 진행이 되어서 여기에도 소개할 날이 오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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