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잘조잘 나의 하루

올 것이 왔다, 내가 겪은 오미크론 증상과 순서

728x90
반응형

예.. 제 차례가 왔습니다.. 방역도 느슨해지고 높은 확률로 걸릴 거란건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걸릴 줄은 정말 몰랐다. 친구들은 무증상도 많았는데 나에겐 무증상의 축복이 오지 않았다. 무려 4일을 끙끙 앓았고 그 후 2일은 비실거렸다.

처음에 자가검진키트로 오미크론에 걸렸다는 걸 확인했다. 난 회사에 격리휴무를 신청하려면 PCR이 필요해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지 않고 바로 보건소에 PCR을 받으러 갔다. 그런데 약을 받으려면 결국 동네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근데 PCR검사를 받은 뒤에는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격리를 해야해서 병원을 못 간다...!!!

그니까 만약 오미크론에 걸리면 동네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부터 받고 약타고 보건소 PCR받고 결과 나오면 회사에 제출하는 순서로 하는게 제일 현명하다.

나는 확진 문자를 받은 뒤에야 동네병원에 전화로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아직 1단계 전염병시절(?)이라 진료비도 약값도 무료였다. 총 7일분의 약을 한 방에 처방해준다. 처방받은 약은 아래 네가지다. 트라몰서방정이 품절이라고 노란색 동그란약으로 대체해줬다. 같은 종류의 약이니까 상관없다면서..약이 품절인 것도 놀랍고 다른 약으로 임의로 대체해서 처방해준다는 것도 놀랍다..

728x90

감기 걸린 것처럼 시럽약도 준다. 이거 안 먹으면 기침이 엄청 심해진다.


이제 증상 얘길 해보자.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지만 걸리는 순간 알게 된다. '어 이거 다른데?'

인후통 (첫날부터 7일간)
나의 첫번째 증상은 편도가 붓는 것이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서 편도는 아니고 그보다 약간 더 윗쪽이 붓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확 부어오르지 않고 오히려 약간만 부은 것 같은 상태로 따끔따끔했다. 편두통이 가볍게 있었는데 첫 날에만 있다가 사라졌다. 이 시기부터 목소리도 슬슬 잃어간다.

계속된 미열 (첫날부터 3일간)
그 다음엔 열이 난다. 약을 먹으니 열이 조금 잡히는 것 같았지만 계속 미열인 상태로 몸이 유지됐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힘든 느낌이 계속 된다. 이게 정말 힘들었고 3일정도 증상이 유지됐다. 꼭 미지근한 물을 많이 마시도록!

얕은 잠 (첫날부터 3일간)
이건 뭐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약을 먹고 잠을 자도 잠이 굉장히 얕게 들었다. 그래서 자고 일어나도 피곤하다. 보통 잠을 자면 몸을 뒤척거리게 마련인데, 잠든 상태 그대로 일어났다. 몇시간 동안 동일한 자세로 움직이지 않았으니 몸이 굳어서 깰 때마다 어찌나 힘들던지. 3일째부터는 약이 잘 들었는지 약을 먹으면 낮에 기절해서 푹 잠들 수 있었다. 낮잠 잤다고 밤에 잠 안 오고 그런거 없다. 하루에 16시간씩 잤다.

기침, 가래, 콧물 (3일째부터 8일째까지. 가래는 2주째까지)
목 안이 말라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기침이 난다. 물을 마셔도 건조해진 부분에 물이 닿지 않는 것 같은 요상한 기분이다. 기침을 한 바탕하고나면 갑자기 스르륵 건조했던 느낌이 사라지면서 괜찮아지곤했다. 그리고 가래도 계속 있었는데, 가래는 약을 먹으면 확실히 훅훅 줄어드는게 느껴졌다. 콧물도 나는데 신기하게도 갑자기 콧물이 막 줄줄나다가 뚝 멈춘다. 또 몇시간 뒤에 콧물이 막 흐르고 또 뚝 멈추고. 아주 미친 바이러스다 진짜.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게 뭘까.

미각과 후각 (3일째부터 잃어서 10일째쯤 거의 정상화)
난 이게 제일 걱정됐다. 나의 소중한 미각과 후각을 잃을까봐. 그리고........한 5일간은 진짜 잃었다........ 그렇지만 콧물도 나고 목도 아프니까 맛이나 냄새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걸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감기걸려도 비슷한 경험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미각을 잃은 상태에서는 강한 맛(단맛, 짠맛)만 느껴지고 맛의 디테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후각도 감기때 코가 막혀서 냄새가 안 맡아지는 거랑은 느낌이 아주 다르다. 코 윗쪽의 비강이 노이즈캔슬링같은 느낌의 공기압으로 채워져서 막힌 느낌이기도하고 한 편으론 코 안의 세포들이 모두 내려놓고 휴가를 가버린....아무도 없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집나간 후각과 미각은 격리해제 이후부터 차츰 돌아오기 시작했다.


격리해제 되고 나서 야외에서 크로와상에 커피를 마시는데 어찌나 행복하던지. 지금은 격리해제후 1주일 이상이 지난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목소리가 80%만 돌아왔고 가래가 조금 남아있다.

그리고 알다시피 나는 메니에르병 약을 먹고 있는데 슬프게도 일주일간 오미크론을 앓은 뒤에 귀에서 나는 삐소리가 엄청나게 커졌다. 병원에서는 코로나에 걸리면서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이 훅 떨어졌기 때문에 귀도 일시적으로 안 좋아진 것이니 조금 기다리면 원래 수준으로 돌아올 거라고 했다.

이렇게 한 바닥을 쓰고 나니까 갑자기...내가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언제 다 낫냐..? 갑자기 화가 나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