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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나의 하루

가을이 주는 조용한 위로, 보늬밤조림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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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공씨아저씨네 글을 읽고 조급한 마음 대신 정성을 담아 요리를 해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마침 리틀포레스트에서 봤던 밤조림 생각이 났고, 블로그와 유튜브를 뒤적여가며 주말동안 만들었다.

완성품을 구매하는 것도 귀찮아하던 내가 밤을 한 알 한 알 고르고 다듬고 끓이는 모습이 스스로도 낯설었다. 그런데 주말을 내리 쏟아부었는데도 시간이 아깝기는 커녕 과정 하나하나가 즐거웠다.

정성을 들여 완성한 이 귀여운 가을디저트가 냉장고에서 석달을 더 잠들어있어야 한다는데도 이 긴 과정에 질려버리기는 커녕 기대가 된다. 나에게 주는 석달짜리 선물같다.

옥광밤 1.5kg (껍질까기 전)
베이킹소다 2.5T
브랜디 3T
양조간장 2.5T
설탕 750g

밤에도 종류가 엄청 다양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내가 주문한 것은 공주 정안에서 난 옥광밤 중짜리다. 옥광밤은 우리가 흔히 아는 정안밤보다 당도가 높고 껍질이 얇다고 한다. 밤 아래쪽에 바닥같은 모양이 아주 작고 똥글똥글한 모양이 특징이다. 특대나 대 사이즈를 시키면 밤송이 안에서 가운데에 있던 밤들이 주로 온다고해서 동그란 모양의 밤이 많다는 중 사이즈로 주문했다.

물에 담그면 안에 벌레가 먹거나 상했으면 안에 공기가 들어가서 가벼우니까 뜬다고 한다. 근데 안 뜬다. 소금물에도 안 뜬다. 왜지... 밤톨에 벌레 구멍 넘나 확실히 있는데... 소금물에는 오래 담가두면 맛이 변한다고하고 굳이 소금물 아니어도 충분히 가려진다고 한다.. 아무튼 나는 안 뜸..


밤 잘 골라내서 끓는 물 말고 따땃한 물 가득 부어서 불린다. 껍질 잘 벗겨지라궁


음 고난의 시간. 속 껍질이 벗겨지면 안 된다. 손 너무 아프고요.. 단단한 껍질까기에 과도보다 빵칼이 좋은 거같다. 빵칼이 아니라면 오히려 무딘칼이 더 잘 벗겨내는듯.


속껍질만 남은 귀여운 밤톨들 ~_~ 잠기도록 물을 붓고 베이킹소다 2.5T 뿌려서 12시간 이상 담가둔다. 저녁에 밤 까고 담가두고 자야했는데 아침에 까는 바람에 22시간 쯤 담가둔거같음...


담날 아침에 일어나서 베이킹소다물인 그대로 바로 끓인다! 한 30분 끓인 다음에 찬물로 씻어줘야한다. 그런데 이 냄비에 바로 차가운 물을 틀어서 천천히 온도가 내려가게 해서 헹궈야한다. 뜨거운 밤에 바로 찬물 때리면 밤알 다 부서짐.


이탈자 속출

약불에 끓이고 찬물에 식히고 물 갈아서 다시 약불에 끓이고를 30분씩 3번 한다.


그 다음에 마지막으로 설탕 쌔리붓고 물 다시 채워넣고 약불에 끓인다. 물이 끓으면 간장이랑 럼 혹은 브랜디 혹은 와인을 넣고 졸인다. 물이 밤의 2/3정도 되면 완성. 더 졸이면 설탕 시럽이 줄어들어서 안된다. 이 설탕 시럽을 넉넉히 남겨야 하는 이유는 바로바로...


밤알이 시럽에 잠겨야 하기 때문ㅠㅠㅠㅠㅠㅠㅠ... 시럽에 잠겨야 밤알들이 그 속에서 숙성이 되는데, 안 잠기면.. 그냥 마르는거죠...? 저처럼여 ㅠㅠㅠㅠ 많이 졸이면 좋은 줄 알았지 모 ㅠㅠㅠㅠㅠ 밤조림이니까 ㅠㅠㅠㅠㅠ
 

한 땀 한 땀 차분히 만든 나의 첫번째 밤조림. 어찌되었건 완성!
난 사실 단걸 좋아하지도 않는데 이 밤조림은 뭐랄까. 만드는 과정 자체가 달달했달까. 완성해야한다는 압박도 없고 만들어서 바로 먹어야하는 것도 아니고 만드는 과정이 고되지도 않았다. 예쁜 모양의 밤을 보는 것도 즐겁고 달콤한 향이 나는 것도 좋았다. 공씨아저씨한테 고맙다고 댓글이라도 써야 하는거 아닌가 몰라. 
스트레스가 찰랑찰랑하신 분들, 보늬밤조림으로 힐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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