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터지는 직장인들이 한둘이 아닐게다. 대기업들은 재택근무 빠르게 도입한 척 뉴스나 뿌려대고 중소기업들은 그런 시선마저 신경쓸 필요가 없으니 제대로 시행되는 경우가 더 적다. 지난 번 여기에 재택근무 얘길 쓰고난 뒤 바로 그 다음주에 재택근무가 시행됐다. 팀별로 절반은 사무실, 절반은 재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감염예방 제로잼) 한 사람당 재택근무일수는 꼴랑 4일. 그마저도 구로구 콜센터가 터진 날부터 해제됐다.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가 힘을 더 내야 한다나...? 사무실에 나와야 일을 한다는 생각을 버리질 않아서 나오는 신기한 논리들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실무자들은 집이라고해도 일을 안 할 수가 없는데 너희들은 집에서 놀았겠구나. 근데 나와서도 놀지 않니? 가족들한테 일하는 척 하려는 건가..
아무튼 알량한 재택근무였지만 재택근무 자체를 경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집에 다른 가족이 있으면 다소 고통받는 것 같은데 나는 혼자 재택했기 때문에 재택의 극강점만 누리지 않았나싶다. 장단점을 조금 적어보면,
1. (코로나 한정 장점) 마스크가 필요없다. 쓰고 있지 않아도 되서 좋고 구하기도 어려운 마스크를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
2. 출근 준비, 출근길로 허비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 시간에 청소를 하거나 잠을 더 잤다! 최고!
3. 점심에 조미료없는 집밥을 먹을 수 있다. 다만 준비와 정리에 시간을 쓰니까 점심시간이 더 짧다.
4. 출근도 퇴근도 0.5초만에 가능하다. 반대로 출퇴근의 경계가 너무 얇다보니 퇴근이 더 어렵다! 처음 이틀은 퇴근시간 지나고도 침대에 누워서 두시간도 넘게 자료 읽음...
5. 틈틈이 집안일을 해치울 수 있다. 출근할 시간에 청소기 돌리고,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에 맞춰 끝나도록 세탁기도 돌려놓고, 마트배송도 낮시간에 받을 수 있고.
6. 진짜 휴식이 가능하다. 사무실노동자들은 공장처럼 휴게시간을 보장해주지 않으니 편하게 쉰다는 개념이 없다. 자리에서 휴대폰 게임이나 쇼핑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일하다가 쉬는구나'라고 아무도 생각해주지 않는다. (우리회사 재택근무 4일 수준 ㅇㅇ) 그런데 집에서는 진짜로 쉴 수 있다. 누울 수도 있고 마카롱을 꺼내 먹을 수도 있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을 수도 있다. 아 그립네 갑자기.
이번 코로나로 재택근무 진행 방식을 보면 경영진들의 회사별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젊은 기업, 성과중심적인 기업들이 비교적 대처도 빠르고 대응도 합리적이었던 것 같다. 당연히 이 회사는 정반대였고, 우리팀원들의 이직 및 퇴사 의지가 강해졌다. 여느 직장인들이 그렇듯이 나도 어딜가야할지 모르겠지만, 여기에서 더이상 시간과 커리어를 낭비하면 안 되겠다. 이렇게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의사결정을 계속 보다간 가랑비에 옷 젖듯 나도 그 누구처럼 '사회생활이 원래 그렇지', '이보다 더한 것도 많아'라는 퇴보성 발언을 하게될까 두렵다.
재택근무는 못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코로나가 종식된 것도 아니라 여전히 출퇴근 외엔 집콕이다. 이 생활이 두 달이 다 되가니까 상당히 답답해서 원래보던 넷플릭스에 티빙도 추가로 끊고 문명6도 다운받고 자잘한 나만의 사이드 프로젝트(이직준비 포함)도 진행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쓸데없고 예쁜 걸 자꾸 사게 된다. 이렇게라도 집콕 유지가 가능한건 정말 위대한 택배기사님들이 계시기 때문... 아무튼 코로나 빨리 끝나서 이탈리아 여행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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