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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나의 하루

우리는 모두 꼰대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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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아주 특이한 친구를 만났다. 사람과 책을 좋아하고 일도 열심히하고 자기 객관성도 높은 사람인데 본인의 세계관을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하고 싶어하는 묘한 면이 있었다. 그의 세계관은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하고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의 다른 사람이 '한계'를 회피하거나 도전하려고 하지 않아보이면 자꾸 자극을 하는 것이다. 상대방은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것이 '한계'인지 알 수 없는데도 말이다. 그의 눈에 보인 '한계'는 사실 상대방에게는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혹은 그의 자아를 지키기 위한 안전한 성일지도 모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헷갈리는 또 다른 특징은 그가 그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이런 자극을 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너와 다른 나를 네가 이래라 저래라하는 것. 그게 꼰대가 아니면 뭘까.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과 무슨 이야길 나눠도 공통의 상식선이 있었고, 일반적인, 정상적인의 정의와 용례가 같았는데 같은 친구들을 지금 만나면 그 기준선이 묘하게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각자 성향 중의 일부가 점점 굳어지고 커지고 있기 때문일거다. 그렇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나의 경험과 기준을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하는 부분이 분명 있을테지. 다음 세대 아니 요즘에는 7~8살만 어려도 나를 보며 꽉 막혔다고 답답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누가 나에게 '이런 것 좀 고쳐'라고 당차게 말해줄 수 있을까. 꼰대들에게 고치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고치지 않을 것이 자명하고 오히려 역공만 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꼰대에게 애정이 없기 때문이다. 네가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은 내 관심사가 아니니까 어디가서 꼰대짓을 하고 다니건 개차반으로 살건 내 알바 아니다. 나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만약 그 꼰대가 사실 나라면 어떻게 하지? 내가 잘못하고 있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내 나름의 '조언'을 퍼붓고 다니면 어떻게 하지?

 

방법은 딱 하나다. 잘 듣자. 내 경험이나 확신과 다른 이야기더라도 그 이야기가 나온 이유가 분명히 있다. 듣기 싫거나 상처를 받거나 화가 난다면 80%는 내 안에 문제가 있는거다. 잠깐 멈추고 그 이유를 더듬어보자. 더 어려운 현상은 '안 들리는 것'이다. 그건 듣기 싫고 화가 나는 단계를 이미 지나쳐버린 단계가 아닐까. 안 들리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따라해보면 혹시 조금 들리려나. 내 상태가 그 정도는 아니라 이 부분까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건 이 지경이 되지 않도록 귀를 열어두기 위해 미리미리 노력해야지. 할 수 있다고 마음대로 했다가는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리고 홀로 남겨져 서서히 꼰대가 되어버릴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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