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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나의 하루

자연의 섭리를 따라 알차고 달콤하게, 공씨아저씨네 과일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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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씨아저씨네 과일가게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언제나 예쁘고 정돈된 과일만 보고 자라온 나에게 원래 과일은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고, 그것보다 못생겨도 더 맛있다고 말하는 곳이었다. 글솜씨도 좋으셔서 홈페이지를 뒤적뒤적, 브런치를 뒤적뒤적하다가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다. 명절이 과일을 망친다며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과일을 판매하시는 분인데도 명절이 없어져야 한다니? 과일은 명절이 특수 아닌가? 요지는 명절에 맞춰서 과일의 재배시기를 앞당기기 때문에 과일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농사는 농사대로 지어놓고 더 맛있게 익을 수 있는 과일을 기다려주지도 못한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지. 밥을 하더라도 우리는 뜸 뜰이는 것의 중요성을 아는 민족이 아니던가!

추석선물로 마트에 진열되어있던 레드향은 원래 1월에 먹는 것이란다. 딸기처럼 하우스 농사 같은 걸 하긴 하겠지만 농부의 시각에서 정말 맛있는 기간은 1년에 2주란다. 1년에 2주! 1년 농사해서 2주 동안만 열매를 먹을 수 있다니. 여기에서 생각이 꼬리를 문다. 내가 요리를 싫어하는 이유, 간편식만 찾아먹는 이유가 요리시간은 3시간인데 먹는덴 10분인게 싫어서다. 당연히 편한게 좋지. 하지만 농사도 요리도 충분한 준비, 노력, 기다림이 필수다. 무엇이라도 부족하면 그만큼 맛이 덜하거나 상할테다. 당연하지. 그건 자연의 섭리니까. 

자연의 섭리. 누구나 알지만 편리한 삶에 젖은 현대인이라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섭리. 내가 먹는 모든 음식은 나를 대신한 누군가가 3시간을 투여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대신 나는 돈이라는 것을 더내고 자연의 섭리를 압축하여 구매한다. 어려서부터 모든 것을 마트와 백화점에서 수급해온 나는 뜸들이기에 익숙하지 않다. 얼마전 읽은 책에서는 요즘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도 하루에 10분도 영어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나 역시도 무언가 투여하면 즉각적으로 결과를 얻고 싶어한다. 자판기처럼. 나같은 사람들 때문에 과일이 예뻐져야했을 것이고, 일회용품이 늘었을 것이고, 단기속성 어쩌고가 탄생했을 것이다. 

천천히 차근차근 자연의 섭리대로 완성된 것은 알차고 단단하고 달다. 단기속성과 반사판으로 만들어낸 겉모습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강한 단단함이 있는 것이다. 스스로의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매일 도전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람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겉모습으로 팔리면 끝인 사람들은 스스로를 눈감아버리겠지만, 본인을 눈감아주지 않는 사람들은 어차피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드러나버릴 얄팍한 수는 쓰지 않는다. 그래서 느리고 확실하게 하루씩 걷는 것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체득하지 못한 이 자연의 섭리를 터득하기 위해 오늘은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요리를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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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화 명절이 과일을 망치고 있다

우리가 맛없는 과일을 먹어야 하는 이유 |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채 이 일을 시작한 지 벌써 7년 차에 접어든다. 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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