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진행중이다. 신입을 기웃거리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이직이라니 대견하기도하고, 연봉 측면에서 출발점을 높일 기회는 영영 잃었구나 싶기도 하고 온갖 복잡한 마음이 휘몰아치는 며칠이다.
최종면접을 마치고서부터 하루도 마음이 편한 날이 없다. 최종면접에서 만난 나와 함께 일할 실무팀장이 나와 잘 맞을지 감이 오지 않는다. 좋은 사람인 것 같긴 했는데, 똑똑하긴 할 것 같은데, 어쩐지 그 사람의 화법은 착착 알아들어지지가 않고 애매모호한 구석이 있었다. '여긴 아니려나, 면접 연습했다치지 뭐.' '그래도 일은 나랑 맞을 거 같은데, 여기 와야 되나.' 복잡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합격 통보를 받고서부터는 더 혼란스러웠다. 매우 적은 인상률의 기본급에 복리후생비를 이리저리 끼워맞춰서는 나의 희망연봉에 얼추 맞지 않냐며 내밀었다. 현 직장은 포괄임금제가 아니고 가려는 곳은 포괄임금제다. 그래서 시간당 임금을 계산하면 제안받은 연봉이 지금보다도 몇 푼 낮아진다. 게다가 지금 협상하는 것은 현 연봉과 내년 연봉을 비교하고 있는 것. 알아본 결과, 이직시에 고액이면 10%만 인상해주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15~30%, 대단한 업그레이드인 경우 40~50% 도 있더라. 그러니까 나는 고액도 아니고 야근도 예약걸면서 객단가는 낮춰가는 호갱 중의 호갱이 되는 중인 것이다.
입사 시점도 문제다. 새 직장에서는 내가 4주 안에 입사하기를 바랐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상당히 가벼운 일이라고 오해한 것인지, 지금 가서 하려는 일이 당장 짐싸들고 나와도 되는 그런 일인지 혼란스러웠다. 알아보니 이직 텀은 최소 1~2주에서 길게는 1개월이란다. 이 이직 텀은 당연히 전 직장 퇴사와 새 직장 출근 사이의 텀이다. 결과적으로 새 직장에서 한 치도 양보를 안 해줘서 지금부터 현 직장에 양해를 구해 내가 알아서 1주일이든 2주일이든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쓰다보니 도대체 좋은 점이 없네. 아 좋은 점! 있지 있지.
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커리어를 이끌 중간다리일 가능성 50, 내가 하는 만큼 내 성과가 될 가능성 50, 앞으로 회사 자체가 잘 될 가능성 30, 회사 비전이 내 마음에 드는 점 80. 반대로 지금 직장은 커리어 방향 0, 내 성과 0, 회사 성장성 0, 비전 0 이니까.
그러니까 나의 지금 고민은 돈을 깎아서 기회를 사느냐 마느냐인 것이다. 지금까지도 늘 깎아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따라온 것 같은데 또 깎아야 한다니 슬프다.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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