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한 달. 지난 번 글에서 표현한 야심차고 적대적인 마음이 창피할 만큼 잘 지낸다. 생각이 나이든 사람들, 경험에 기대어 설득하려는 사람들을 보지 않아서 좋다. 반면에 이전에 비해 업무량이 압도적으로 많고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동시에 진행되어서 소화하기도 적응하기도 어렵다. 전체 근무기간의 90%를 재택근무로 보내고 있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여기에 온 뒤에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격렬히 받는다. 흔히들 말하듯 어릴 때 상상한 나의 삼십대는 이런 미숙한 모습이 아니었는데. 나 역시도 이렇게 나이를 몽땅 먹고서야 관계를 어떻게 가꾸는 것인지, 주어진 업무만 하는 것과 능동적으로 찾아가며 일하는 것이 어떤 차이인지 어렴풋하게 배워간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놓이니 그동안 밑빠진 독인 줄 알았던 내 안에 콩나물이나마 있긴 했나보다.
성장의 느낌을 받는다는 것은 내가 성장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내 안에 이만큼의 용기, 그러니까 내 몸에 맞게 푹꺼진 카우치에서 일어나 달리기로 마음먹고 정말 뛰쳐나올 용기가 있었다는 것이 기쁘고 대견하다. 물론 워낙 오래 드러누워있었던 탓에 달리는게 쉽지 않다. 내가 이렇게 호흡이 딸렸나 싶고 오래 못 뛰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 그렇지만 달리러 나온 것은 잘한 선택이다.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은 역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기대와 다른 부분도 보이기 시작한다. 어디나 그렇듯 일보다 사람이 힘든게 문제가 되는 법이니 당연히 여기서도 나와 맞지 않을 사람들이 보인다. 게다가 일 중심적인 문화가 강한 곳이라 그런지 관계에 대해 조직이 큰 신경을 쓰질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알아서 지뢰 밟지 않도록 노력하고 안전하게 야영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
그래도 이 정도면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해볼만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남은 스텝은 내 확신이 실체가 되도록 노력해 보는 것. 업무에 대해서도 사람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고 움츠러들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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