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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이 분갈이를 당하면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최대한 뿌리를 건드리지 않고 뿌리가 움켜쥔 흙을 털어내지 않은 채로 새 화분에 옮겨 담아 준다. 옮긴 뒤에는 평소와 다르게 물을 더 듬뿍 주거나 덜 주면서 새 환경에 적응하도록 기다려준다. 이직도 꼭 같다. 더 성장하기 위해 넓은 그릇으로 갈아타는 것이지만 나의 연약한 뿌리를 드러내며 옮겨지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이 곳에 오고서 계속 과거를 생각하게 된다. 전직장은 이랬는데, 전 팀장은, 전 직장 동료들은, 전 회사는. 더 나아진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지만 산술적으로 계산해봤을 때 지금이 훨씬 낫다. 여기에서의 불만들은 사소하고 해결 가능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나에게 그럴 권한이 없어서 그런지 새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전에는 안 이랬는데'가 떠오른다. 이 고통이 최소화되기 위해서는 서둘러 새로운 흙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 분갈이의 성패를 가른다.
지나간 흙을 그리워할 수도 없고 더 나은 흙을 달라고 떼를 쓸 수도 없고 전과 지금의 장점만 결합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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