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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나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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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아 젓가락으로 쓴다 젓가락만들기 워크숍이 있길래 참가했다. 참가비 2만원에 4시간 동안 진짜 나무를 깎아 완성한다. 나무를 직접 깎는다기에 흙을 만지는 것처럼 자연친화적인(?) 느낌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언제든 손이 찔릴 것만같은 나무의 까실한 속살을 이리저리 도려내야하는 그닥 유쾌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래도 안전상의 이유로 벌목된 뒤 방치되던 나무를 이렇게 쓸모있는 어떤 것으로 만들었다는 점, 판매되는 젓가락처럼 화학물질로 마감하는 게 아니라 직접 생호두를 으깬 기름으로 마감칠을 해 더 안전한 젓가락을 만들었다는 점, 내가 깎아낸 모양대로 결이 드러나는 나만의 젓가락이 되었다는 점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나무를 곧고 바르게 자르는 일은 어렵고 위험한 일이었고 내겐 흥미로운 일도 아니었기에, 목공, 그러니까..
카트리지 ​ 나는 정기적으로 예쁜 곳에도 가야 하고 무언가 손으로 만드는 것도 해야 하고 혼자 시간도 보내야 하는 복합카트리지를 달고 산다.
소파사기 2 ​​​​​​​​​​​​​​ 보고보고보다보니 눈이 높아져서 생각보다 비싼걸 샀네 허 이것 참
소파사기 ​​​
라떼아트 도전기 01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결혼하면서 꾹꾹 고집해서 산 드롱기 아이코나 빈티지 커피머신. 머신에 대해 뭘 알았겠나, 예쁜 디자인과 색감만으로도 낙찰받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정작 그 기능에서 아름다운 머신은 영 시원찮았다. 아마도 머신은 바리스타가 영 시원찮았을거다. 그러다가 유투브에서 나와 동일한 머신으로 카푸치노를 만드는 걸보고​ 의욕이 불타올랐다.초반에는 이렇게 푸석한 우유거품. 그러다 조금 익숙해져서 조금 더 쫀쫀한 밀크폼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성공포인트는 머신의 우유 스티머에 끼워진 보조기구(?)를 빼고 뾰쪽한 모양의 스티머를 그냥 쓰는 것. 아트에는 실패한 아쉬움을 가득 찍어 눈코입을 그려보았다.​몇 번의 숙련만에 이렇게 쫀쫀하고 부드러운 거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문..
안녕, ​ 마지막 출근날까지도 늦게 일어나고 말았다. 헐레벌떡 뛰어나갔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옅게 쌓인 눈이 날 반긴다. 응원이랄까 축하랄까. 그냥 쌓인 눈일 뿐인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속편하게 주어진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해치우면 되던 생활은 이렇게 또 한 번 막을 내린다. 이번엔 무난한 동료들과 훌륭한 상사를 만난 덕에 밋밋할 정도로 여유롭게 일만 넉넉히 해내며 보냈다.하나가 끝났으니 또 새로운 걸 시작해야 한다. 삶의 기본 원리라는 걸 알면서도 막상 마주하니까 또 도망치고 싶다;;일단 오늘은 한 걸음을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하고 감사하자. 잘했어!
시간의 탄성 한가할 때의 시간을 모아 바쁠 때 꺼내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해봤을거다. 나는 요즘 커다란 오크통 열 개를 채워둘 만큼 한가하고 그만큼 이 시간들이 아깝다. 하지만 바쁠 때처럼 시간 사이사이를 꾹꾹 눌러담을 열정은 없다는 점. 뭘해야 조금이라도 유용하게 보낼까, 바쁠 땐 내가 뭘 했나, 생각하다보니 엉뚱한 생각이 든다. 나는 바쁘면 바쁠수록 분초를 쪼개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꾸역꾸역 비집어 넣는데, 반면에 지금처럼 시간이 널널하면 그 널널한 속도에 맞춰 같은 일을 열 배속 느리게 하곤 한다. 혹시 내 시간은 필요에 따라 몸집을 늘이고 줄여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시간은 내가 바쁠 때 양쪽을 꽉 잡아당긴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버티며 내 욕심을 담아주고, 한가할 때는 두 사이즈 큰 티셔츠를 ..
우리동네 콜팝 ​ 아파트 단지로 드나드는 길목에 작은 떡볶이집이 있다. 나는 떡볶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에너지를 모아 핫도그를 좋아해서 딱 한 번 사먹은 적이 있는데, 핫도그는 메인 메뉴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매일 떡볶이집 앞을 지나며 몇 개의 핫도그가 쌓여있는지와 할머니가 뭘 하고 계시는지 보곤 한다. 얼마 전, 떡볶이를 꽤 좋아하는 친구가 결혼과 함께 우리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왔는데 그 친구는 이사온 지 두어달 만에 벌써 이 집 떡볶이를 ‘종종’ 사먹는다고 했다. 그리고는 ‘동네 떡볶이 맛이야’ 라며 웃었다. 순간 흠칫했다. ‘동네 떡볶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무슨 맛인지는 모르겠어서. ‘싸고 양 많고 달다’는 피상적인 표현으로 해석하기에는 무언가 빠진 느낌의 ‘동네’ 떡볶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