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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나의 하루

시간의 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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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할 때의 시간을 모아 바쁠 때 꺼내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해봤을거다. 나는 요즘 커다란 오크통 열 개를 채워둘 만큼 한가하고 그만큼 이 시간들이 아깝다. 하지만 바쁠 때처럼 시간 사이사이를 꾹꾹 눌러담을 열정은 없다는 점. 

뭘해야 조금이라도 유용하게 보낼까, 바쁠 땐 내가 뭘 했나, 생각하다보니 엉뚱한 생각이 든다. 나는 바쁘면 바쁠수록 분초를 쪼개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꾸역꾸역 비집어 넣는데, 반면에 지금처럼 시간이 널널하면 그 널널한 속도에 맞춰 같은 일을 열 배속 느리게 하곤 한다. 혹시 내 시간은 필요에 따라 몸집을 늘이고 줄여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시간은 내가 바쁠 때 양쪽을 꽉 잡아당긴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버티며 내 욕심을 담아주고, 한가할 때는 두 사이즈 큰 티셔츠를 입은 것처럼 넉넉한 여유를 주는 셈이다. 내 시간이 부려주는 탄성의 마법에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함부로 누릴 수 없는 시간 낭비의 사치를 조금은 즐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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