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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나의 하루

우리동네 콜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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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로 드나드는 길목에 작은 떡볶이집이 있다. 나는 떡볶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에너지를 모아 핫도그를 좋아해서 딱 한 번 사먹은 적이 있는데, 핫도그는 메인 메뉴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매일 떡볶이집 앞을 지나며 몇 개의 핫도그가 쌓여있는지와 할머니가 뭘 하고 계시는지 보곤 한다.

 

얼마 전, 떡볶이를 꽤 좋아하는 친구가 결혼과 함께 우리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왔는데 그 친구는 이사온 지 두어달 만에 벌써 이 집 떡볶이를 ‘종종’ 사먹는다고 했다. 그리고는 ‘동네 떡볶이 맛이야’ 라며 웃었다. 순간 흠칫했다. ‘동네 떡볶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무슨 맛인지는 모르겠어서. ‘싸고 양 많고 달다’는 피상적인 표현으로 해석하기에는 무언가 빠진 느낌의 ‘동네’ 떡볶이.

 

내 또래들이 대부분 그렇듯 나 역시도 아파트 단지에서 쭉 자라왔다. 게다가 위치도 대학가 한복판이라 내 학창시절에 아로새겨진 ‘동네’의 개념은 다른 이들의 것과 사뭇 다르다. 문방구에 대한 추억도 초등학교까지로 끝맺었고 포장마차 떡볶이나 달고나 같은 추억도 거의 없다. 준비물은 알파에서 샀고 군것질은 교내 매점 아니면 편의점, 사춘기 허세가 묻었을 땐 학교 앞 스타벅스였다. 우리 동네는 화려하고 잘나가고 북적였지만 따뜻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관심을 줄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어느 날 무심하게 ‘콜팝’이 붙어있었다. 화려한 POP가 없어도 신메뉴의 출시와 여름의 시작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아니, 오히려 더 파워풀했달까. 할머니는 여전히 티비를 보시고 단촐한 식사를 하시고 손님들에게 잔소리를 하신다. ‘동네 떡볶이’의 맛에는 이 풍경이 담겨있는가보다. 그 풍경의 일부가 되기에 주저주저하는 내 모습이 여전히 따뜻한 벽돌난로를 밖에서 바라보는 성냥팔이소녀격이지만, 겨울이 시작될랑말랑하는 지금 내년 여름도 무심하게 붙을 ‘콜팝’이 기다려지는 것을 보면 나도 곧 그 풍경에 녹아들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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