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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나의 하루

사랑하는 남편의 요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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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하기 전, 나는 1년에 집에 있는 날이 손에 꼽는 사람이었다. 정말 명절을 포함해 집에 있던 날이 5일이던 해도 있었을 정도. 결혼하고 집순이가 된 건 물론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1-2주에 하루쯤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혼자여도 좋고 남편과 함께여도 좋다. 혼자인 날은 그 조용함과 편안함에 시간마저도 느리게 가는 것 같아 좋고, 남편과 함께 있는 날은 편안한 얼굴의 남편을 보며 뒹굴거릴 수 있어서 좋다. 게다가 가끔 남편이 만들어주는 마법같은 요리를 맛볼 수도 있고. 문득 사랑하는 남편에게 선물받은 따뜻한 요리들을 기록해두어야겠다 싶다.

 

 

 

파스타 시리즈

결혼하고 제일 많이 먹은 음식은 파스타다. 이제는 밖에서 파스타를 사먹기가 망설여질 정도로 남편의 파스타 실력은 출중하다. 그동안 해준 파스타가 20접시는 거뜬히 넘겠지만 최근의 몇 장만 올린다.

 

언제부턴가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면이 엔젤헤어라는 걸 알게 되고서는 늘 엔젤헤어로 파스타를 한다. 빵에 발라먹고 애매하게 남은 정어리 통조림이 갑자기 엔초비오일파스타가 되어 돌아왔다. 애초에 이렇게 먹을걸. 빵도 발라먹지 말고 이 오일에 찍어먹을 걸.하고 후회할 만큼 훌륭했던 지난 주말의 (식후) 파스타. 

 

이건 명란파스타

 

 

스프시리즈

 

아래 첫 번째 사진은 저 위의 엔초비파스타가 등장하기 전의 상차림이다. 뼈가 없어서 스푼으로 푹 퍼서 빵에 발라 먹을 수 있던 정어리 스프레드와 빵, 스프를 곁들인 늦은 오후의 식사. 포르투갈에서 온 아주 이국적인 맛이었지만 그만큼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생선을 발라먹다니? 아무튼 이 스프레드가 남아서 정어리 파스타가 되었다. 

 

스프는 남편이 레스토랑에서 만드는 레시피를 그대로 준수해서 만들어줬는데, 루도 만들고 믹서기로 갈고 체로 거르고 아주 난리였다. (*주의: 설거지는 내 몫) 최근에 세 가지 스프를 해줬는데, 첫번째는 갈릭크림스프 (첫 번째, 두 번째 사진), 두 번째는 트러플버섯크림스프, 세번째는 해산물크림스프(세 번째 사진)였다. 셋 다 정말 고급스럽고 황홀한 맛이었고 난 이 스프들을 통해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뼈에 새겼다... 진짜 혀에서 오케스트라가...

 

 

 

리조또 시리즈

 

남편이 리조또를 안 좋아해서 잘 안해주는데 (두부도 안 해준다. 나는 두부광인데) 리조또에 적합하고 훌륭한 재료가 있으면 해준다! 아래 두 번은 그래서 얻은 결과.. 첫 번째는 송화버섯을 넣어 만든 버섯리조또. 우유도 생크림도 한 방울 넣지 않고 이렇게 쫀쫀하고 크리미한 리조또가 나온다니 정말 놀라웠다. 두 번째는 내가 샤프란을 사와서^^^ 강제로 탄생한 리조또다. 원랜 리조또가 아니라 빠에야가 되어야 했는데. 어쨌든 샤프란이 아직 남았으니 아직 희망은 있다!

 

 

 

나 의 사 랑 고 추 장 제 육 볶 음

 

시래기국과 동그란 계란 후라이, 고추장 제육볶음까지. 이때 내가 시래기국을 엄청 먹고 싶어했는데, 남편이 말린 시래기를 사다가 손질까지 다 해서 끓여주었다. 마트에 파는 간편시래기? 같은 걸 사다 해먹자고 했는데, 처음 하는 거니까 아주 정석으로 해보고 싶은 도전의식이 불탄다며 거절했다.. 그리고 그는 해냈다...

 

고추장 제육볶음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남편표 메뉴 중의 하나다. 정말 지금 사진만 봐도 먹고 싶다. 난 이게 집에 있으면 집에 일찍 간다. (진지)

 

이렇게 써놓고나니까 괜히 마음이 더 따뜻하네. 나랑 결혼해줘서 고마워. 늘어가는 요리실력만큼 설거지도 안 나오는 요리사가 되길 축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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