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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는 아니고요... - 한남동, 윤세영식당 ​ 한동안 인스타에서 핀조명을 받다시피한 식당이라 불편한 교통과 40분 웨이팅을 감내해가며 찾아간 집. 오일 아스파라거스 파스타를 제일 먹어보고 싶었는데 같이 간 지인이 더블크림을 고집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집에서도 해먹을 수 있는 정도의 편안한 음식이었고 감각적인 내부가 기억에 남는다. 음 벌레가 좀 날아다녔던 것도. 집 근처라면 자주 들를 법하지만 굳이 찾아가서 줄서서 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만약 근처에 들를 일이 있다면 못 먹어본 오일 파스타에 도전하러 갈수도.
최고다 최고! - 이태원, 고우 ​ 꼬치구이 전문점이지만 식사를 하러가도 좋을 만큼 요리가 훌륭하다. 꼬치류는 불향이 진하게 난다. 다만 요리류가 전혀 짜지 않은 반면 꼬치에는 소금을 과하게 치는 경향이 있어서 다음엔 소금 조금만 뿌려달라고 말해야 겠다. 이런 훌륭한 이자카야로는 드물게 소주를 팔고 생맥주는 아사히 한 종류지만 역시 훌륭하다. 사와류를 맛본 친구는 인생술이라며 물개박수를 치다 돌아갔는데 다른 곳에서 같은 사와를 시켰지만 맛이 전혀 달랐다고 한다.
밀크티 하나 애플파이 하나 - 별내, 마담파이 ​ 별내 카페거리에 갈 때마다 자꾸만 회귀하게 되는 마담파이. 처음 여길 찾게 된 건 홍콩마카오 여행을 다녀온 직후였다. 그 진한 밀크티가 그리워서. 물론 차를 우린 후 우유를 섞어주는 영국식과 우유에 차를 넣고 끓여내는 홍콩식 밀크티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짤막한 여행의 향수를 다독이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디저트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신사동을 뻔질나게 드나들 때도 마담파이를 와볼 생각을 안 했는데 밀크티만 마시자니 쇼케이스의 화려한 파이와 타르트들이 왜 이렇게 선명해보이는지. 결국 방문할 때마다 한 가지씩, 서너가지의 파이와 타르트를 맛보게 됐는데 결국 제일 기본인 애플파이가 제일 나았다. 타르트류는 비주얼은 화려하지만 맛은 토핑 따로 크림 따로 타르트지 따로라 추천하고 싶지 않다. ..
D-67 ​끝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과 헤어진다는 것. 같이 있어 좋았던 것들과 칼로 베어버리듯 헤어져야 한다는 건 슬픈 일이지만, 또 반대로 하루 빨리 떼버리고 싶은 것들과도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끝이 있다는 것은 오늘의 소중함을 잔잔히 음미하게하고 또 오늘의 고통을 견디게 한다. 네 그래서 제가 지금 소중함과 고됨의 중간에 있고요..
조용한 휴식 - 망원역, idle moments ​아이들모먼츠는 사실 행정구역상 서교동이지만 나한텐 심리적으로 망원이다. 왜냐하면 망원역이 가깝기 때문에... 아이들모먼츠는 언젠가 인스타에서 보고 가봐야지하고 찜해둔 곳이긴 했지만 정확한 위치까지 확인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마침 내가 자주 가는 니팅스튜디오 근처에 있었던게 아닌가! 유 아 마 데-스티니 이날은 아주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이었고, 난 모든 나무의 나뭇잎이 떨어지고 당장 내일부터 겨울이 시작되려는 거라며 바들바들 두려움에 떨었었다. 호호 하지만 아직 가을 호호 카페 안에는 네 다섯개의 세트좌석 뿐이었고 테이블마다 빈 잔들이 그득했지만 눈치를 주거나 그릇을 먼저 치우거나 하지 않는 듯했다. 나 앉아야 되니까 눈치 좀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건 비밀로 해야 되나요? 아무튼 ​ 자리가 나지..
사랑하는 남편의 요리들 ​ 결혼하기 전, 나는 1년에 집에 있는 날이 손에 꼽는 사람이었다. 정말 명절을 포함해 집에 있던 날이 5일이던 해도 있었을 정도. 결혼하고 집순이가 된 건 물론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1-2주에 하루쯤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혼자여도 좋고 남편과 함께여도 좋다. 혼자인 날은 그 조용함과 편안함에 시간마저도 느리게 가는 것 같아 좋고, 남편과 함께 있는 날은 편안한 얼굴의 남편을 보며 뒹굴거릴 수 있어서 좋다. 게다가 가끔 남편이 만들어주는 마법같은 요리를 맛볼 수도 있고. 문득 사랑하는 남편에게 선물받은 따뜻한 요리들을 기록해두어야겠다 싶다. 파스타 시리즈 결혼하고 제일 많이 먹은 음식은 파스타다. 이제는 밖에서 파스타를 사먹기가 망설여질 정도로 남편의 파스타 실력은 출중하다. 그동안 해준 ..
Middle school, the worst years of my life ​ 아마존에서 망고스트릿 후기를 읽던 중에, 망고스트릿을 재밌게 읽었다면 이 책도 꼭 읽으라는 추천을 발견했다. 마침 알라딘 중고책방에도 재고가 있길래 (생각보다 재고가 많던데 그땐 왠지 몰랐다.) 덩실덩실 거리며 한 권 집어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읽는 내내 책이 끝나길 기다렸다. 다음 시리즈는 읽을 생각도 없다. 상처에서 나오는 주인공 레이프의 잘못된 표현들도 속터지고 당최 도움이 되지 않는 환경도 속터진다. 시원한 결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답답함은 이미 내 현실에서 충분하고요? 휴 혹자는 교훈이나 생각할 거리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을 얻기 위해 책을 읽기 때문에 Worst까지는 아니지만 추천하고 싶지 않다. 으 내 시간!
2016 가을 마지막 날 ​ 아니, 겨울의 첫 날이라고 적어야 하나. 반팔부터 얇은 코트까지 길거리의 옷차림들은 꽤나 혼란스러웠지만 햇살 하나만큼은 논란의 여지없이 백점만점이었던 날. 워낙 바쁜 짝꿍을 둔 탓에 이렇다할 추억거릴 쌓지는 못했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여유롭고 따사로운 주말을 보냈다. 이렇게 욕심을 한 줌 덜고 주말을 보내면 보상이라도 해주듯 시간이 천천히 간다. 천천히 지나가줘서 고마웠어. 가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