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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장사꾼, 로알드 달 ​대단한 사람이다, 로알드 달. 언제부턴가 로알드 달이라는 이름만 발견하면 그냥 빌려다가 본다. 한 번은 헌책방에서 이미 읽은 책의 원서버전을 발견했는데, 그냥 그 귀여운 삽화에 넘어가 사오기도 했다. 그래서 그냥 또 집었다. 또 어떤 엉뚱한 상상력을 보여줄지 기대하면서. 게다가 초콜릿과 장사꾼이라는 흥미로운 두 단어가 제목에 모두 들어가 있지 않은가! 책을 집으며 초콜릿으로 사기를 치는 내용일까? 초콜릿이 마법의 초콜릿이라는 걸까? 하고 흥겨운 어림짐작을 했다. 그리고 내 짐작은 0.1의 오차도 없이 적중했다. 하지만 그 의미는 아주 달랐다. 이렇게 외설스럽고 충격적인 내용일 줄이야. 이런 식으로 훌륭한 천재 혹은 한 나라의 왕들을 욕(?)보여도 되는 걸까. 내가 그의 가족이거나 내 나라와 국왕을 사모..
[소식] 이전했습니다 - 연희동, 폴앤폴리나 폴앤폴리나가 홍대 정문에서 연희동으로 이전했다. 어휴 그것도 모르고 홍대점으로 당연하게 찾아갔다가 문앞에 걸린 현수막을 얼핏 보고 없어진 줄 알고 심장이 덜컹했다. 연희동의 폴앤폴리나는 홍대에서의 폴앤폴리나와 다르지 않았다. 문을 열어주시는 것부터 친절하고 나긋한 목소리로 주문을 받아주시는 것, 푸짐하게 나오는 시식까지 그대로다. 내부의 크기와 배치도 홍대때와 똑같아서 정말 복사해서 붙여넣은 것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올리브빵과 버터브레첼을 안고 뿌듯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위치는 생각보다 깊숙한 곳이다. 사러가 마트에서 매뉴팩트가 있는 골목으로 연희김밥을 지나쳐 쭉 걷다가 오른편에 있다.​2017. 2. 15. 버터브레첼 2,800 블랙 올리브 3,200
Ghost pines Chardonnay 고스트파인 샤도네이 ​​​​ 어휴 밀린게 너무 많아서 재구매 의사가 없는 와인은 대충대충 올려야지. 홈플러스에서 리델을 사니까 껴준 와인이다. 아주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저렴한 맛을 떨칠 수 없었다. 무난하다가 단맛이 확 올라왔고 피니시가 꽤 길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전시] 세상의 모든 가능성, 올라퍼 앨리아슨 : 불가능은 없다 아주 대단한 장난이다. 사전 정보 하나 없이 덜컥 보러간 전시였다. '세상의 모든 가능성'이라는 타이틀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는데, 내 눈에는 세상에는 불가능한게 없어, 자연마저도. 라고 말하는 듯보였다. 폭포와 같은 모양새지만 물이 중력을 거슬러 올라간다. 무지개가 좁은 모서리를 뱅뱅 돌고, 다양한 종류의 토질이 규격화 되어 깔려있다. 그러니까 바람과 빛, 땅, 수분까지 모든 것을 정해진 공간 안에 집어넣은 셈이다. 과격하게 말하자면 자연에 도전장을 내민다고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안개비가 내리는 이 공간에 들어설 때 경쾌한 경이감이 들었다. 공간이 완벽히 이국적인 습도로 가득차있었고 안개비의 한 가운데에 서서 비를 피할 수 있었으며 내 걸음에 맞춰 나타나고 사라지는 무지개를 희롱할 수 있었다...
놓지 않는 것 - 보광동, 헬카페 SNS를 한다면 모르기 어려운 카페다. 여기저기에 훌륭하다고 소개도 많이 되었고 ​여길 다녀온 사람들의 간증?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커피야 다들 워낙 많이 얘기했으니까 나는 조금 다른 얘기를 남겨놓으려고 한다. 여기서 일하시는 바리스타분을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물론 지인이라는 뜻은 아니고. 처음 이 바리스타를 뵌 건 홍대 정문 앞 뒷골목의 아주 작은 카페였다. '커피볶는 곰다방'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고 그때도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와 책, 음악으로 꾸며진 내부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바리스타는 두 분, 곰사장과 문어사장. 그리고 문어사장님이 지금 헬카페의 바리스타다. 내가 핸드드립과 싱글블랜드에 대해 아는 게 0이었을 시절이었는데, 문어사장님이 자신있게 핸드드립을 내려주곤 '맛있죠!' 했던 것..
평양냉면 입문자에게 - 논현동, 진미평양냉면 ​처음 생겼을 때부터 평냉러버들 사이에서 소문이 파도처럼 퍼졌던 곳이다. 무려 장충동 평양면옥, 논현동 평양면옥 그리고 하누소(냉면집 아니라서 위치 기억 못함 꺟)에서 경력을 쌓으신 주방장님이 개업을 하셨다고! 일부러 겨울이 되기를 기다린 건 아니지만 겨울은 메밀이 더 맛있는 계절이니까, 하고 발걸음도 가볍게 학동역으로 향했다.다들 제육도 만두도 맛있다고하는데 위는 한 개라 뭘 먹어야 할지 몰랐으나 짝꿍이 반자동으로 제육을 주문하셨다. 하핫. 다른 곳보다 꽤 많은 양의 제육이 나왔지만 이 날만 그랬던 것인지 다른 분들이 말하던 것처럼 너무 훌륭해서 물개박수가 나오는 제육은 아니었다. 부드럽기는 보통 정도였고 특별히 고소하다거나 하진 않은, 아주 잘 삶아져서 맛있는 정도의 보쌈고기였다. 오히려 더 인상적이..
노스탤지어의 맛 - 체부동, 미락치킨 서촌에 올 때마다 이 작은 가게 앞을 지나갔다. 버스를 타고 지나기도 하고 걸어서 지나기도 하고 건너편에서 볼 때도 있고. 늘 고소한 튀김 냄새가 풍기고 줄이 길어 눈길이 가던 곳이지만 가고싶은 곳이 근방에 널린 터라 선뜻 긴 줄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런데 조류독감 여파인지 강추위의 은혜인지 줄도 없고 테이블도 비어있어 냉큼 자리를 잡았다.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테이블마다 벌겋게 둥둥 떠있는 술취한 얼굴들이다. 낮은 천장과 나무 기둥으로 파티션을 나눈 예스러운 분위기와 퍽 잘 어울리는 얼굴들이다. 오래되어 낡은 느낌보다 청춘의 호시절을 잃지 않은 단정하고 정정한 연륜이 묻어난다.18년 전쯤 대학생 사촌언니가 신촌 앞에 카페인지 호프인지 모를 곳에 데려간 적이 있다. 음악이 흘러나왔고 오믈렛도 팔았..
불고기파전, 사케 - 후암동, 도동집 결혼하기 전 양가에 '적당히'하고 우리 둘이 만든 새로운 가정에 집중하며 보내기로 다짐하고 약속하고 난리였는데 결혼하고 나니 '적당히'의 정의가 서로 조금 달랐다. 아아 (먼산).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시월드에 비해 좋은 시댁을 만났는데도 명절이나 시댁에 가는 날마다 다툼이 이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현실화되지 않아서 그렇다. 왜 친정에 갈 때는 싸우지 않을까? 친정에서는 딸도 사위도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아니 거절이란 걸 할 수 있다. 안 되면 안 된다고 일찍 가야 하면 가야 한다고. 시댁에서는 그렇지않다, 물론 며느리만. 같은 일도 내가 하기로 선택해서 하는 것과 명령이라서 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사랑하는 부모님을 위해 감내하는 것은 따뜻한 감정을 갖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