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89) 썸네일형 리스트형 뜨겁든지 차갑든지 혼자있어야 충전이 가능한 나는 오롯이 혼자 보낼 수 있는 이틀의 주말이 특별히 중요하다. 그래서 원치 않는 주말테이커가 발생하면 상당히 고민이 많이 된다.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를 과거현재미래로 고민하고 관계 밖의 부수적인 영향까지 고려하여 상당히 복합적인 고민 끝에. 결정한다. (그만큼 보통 가기 싫다는 얘기 -_-;;) 오늘은 축하의 마음이 아주 컸지만 그를 뛰어넘을만큼 거리가 멀어서 문제였다. 왕복 6시간. 그리고 또 하나, 정작 축하를 받을 당사자가 축하받는데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말로, 6시간을 때려박고도 나는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지난번에 적은 La miserable처럼 나 역시 받아주지도 않을 마음을 들고 간 것이다. 돌아오는 길이 어찌나 억울하던지. 왜 억울했을까. 그는.. La miserable 이 단어가 딱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는 무엇이든 잘하려고하고 모두에게 친절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이것 참 피곤하다. 노력을 많이 하는데 잘 안되는 사람 정도면 차라리 낫겠다. 스스로를 무엇이든 잘하고 좋은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는 탓에 모른다거나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일이 생기면 부서져버리기 때문이다. 그가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까지도 알아야 한다. 땡땡회사에 근무했던 A의 경험을 듣는 중에 그가 땡땡회사에 대해 아는 것을 늘어놓는다. A는 그의 말에 호응해주며 말수를 줄였다. 그는 땡땡회사에 대해 한참을 떠들었고 우리는 여전히 진짜 땡땡회사가 궁금한 채로 자리를 떴다. 물론 그는 땡땡회사를 다닌 적이 없고, 그를 알만큼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땡땡회사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는 질문조차.. 신촌, 구복 - 샤오롱바오와 홍샤오우육면 으아 정말 춥다. 갑자기 쥐도새도 모르게 겨울이 덜컥 찾아왔다. 절로 국물을 찾게 되는 날씨. 처음 오픈해서부터 지금까지 신촌에 올 때면 찾게되는 구복에 오늘도 들렀다. 빨간 글씨로 튀어나와있었던 한자 구복은 어느새 떨어져서 흔적만 남아있다. 바로 옆 건물이 공사중인 것을 보고 흠칫 구복이 사라진 줄 알고 얼마나 놀랐던지. 맞은편엔 여전히 팔색삼겹살이 있고 그 옆엔 클로리스가 그대로 남아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홍샤오우육면이다. 우육면을 파는 곳이 의외로 많지 않은 데다가 위치도 나의 주요 행동반경 내에 있었기 때문에 내겐 아주 소중한 곳이었다. 홍샤오는 양념을 해서 오래도록 조렸다는 것이다. 장조림처럼 부드럽게 찢긴다. 국물은 칼칼하면서도 기름지고 면발에 간도 적당히 베어있다. 오랜만에 먹으니.. 롤모델 롤모델이라기엔 조금 거창하지만 스승다운 스승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내 인생에 처음으로 닮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우리 팀장님. 지금은 퇴사하셔서 다른 분이 그 직함을 대신하고 있다. 처음으로 내 인생에 분명한 자국을 남긴 사람이다. 물론 그의 모든 것을 닮고 싶은 것은 아니다. 엉뚱한 곳에서 철없이 굴 때도 있었고 일을 대충처리해서 성가실 때도 있었다. 그의 단점은 보통 같은 직급으로서 함께 일할 때 발현되는 것들이라 과거 그의 동료들은 꽤나 고통받았을 것이다(ㅋㅋ). 하지만 팀장으로서, 리더로서 배울 점이 너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우리를 믿었다. 우리가 맡은 일을 알아서 잘 하리라고 믿었고, 자신보다 더 훌륭한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믿어주었다. 회의를 할 때 그는 의견을 내는 회의참석인원 .. 비닐과 플라스틱 밀폐되는게 좋아서 혹은 보온보냉 효과가 좋아서 텀블러를 쓴 지는 10년도 더 넘었고, 일회용컵을 전혀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텀블러를 쓴지는 1년이 넘었다. 그리고 매장에서 아이스 음료를 마실 때 쓰기 위해 유리빨대를 들고다닌 것도 반년이 넘었다. 플라스틱 컵에 아이스를 가득담아 찰그락 찰그락 소리를 내며 마시는 아이스커피는 분명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즐거움들이 내가 떠난 후에도 그 모습 그대로 어딘가에 쌓여있다는 것이 다소 소름끼친다. 내가 커피를 사마신 지난 십여년간의 플라스틱컵은 대부분 버려졌을 때의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단지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사실 일회용을 쓰면 안 된다는 강박이 생기고나서 텀블러를 들고다니려니 무겁다. 그래도 어쩌겠나. 일주일간 일회용잔을 하나도 쓰지 않은.. 청량리역, 눈타이드 - 교토 필요없어 예전에 염탐하던 블로그를 오랜만에 들어갔는데, 카페를 오픈하셨다는게 아닌가! 물론 그 분은 나를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 궁금하기도 해서 방문해봤다. 캘린더커피도 그렇지만 도대체 어떤 용기와 동기가 있어야 자기 카페를 열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정말 멋진 사람들이야. 정신사나운 동네길을 이리저리 헤쳐가다보면 어느 순간 짜잔하고 눈타이드가 나타난다. 마치 교토 뒷골목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다. 주인분이 직접 만든 아기자기한 뜨개가방도 판매한다. 커피맛도 분위기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아쉽게도 잼쿠키는 보기에는 정말 먹음직스러웠는데 덜 익은 뭉친 밀가루 맛이 났다. 집에서 베이킹을 망쳐본 경험이 있는 나는... 진짜 덜 익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창 카페타임을 즐기고 있는데 어떤 .. 안암, 캘린더커피스탠드 - 세심함의 끝! 꼼꼼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캘린더커피스탠드의 사장님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이 것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는 아주 여러곳에 있는데 그 첫번째는 물론 외관과 인테리어. 그레이톤이 캘린더의 컬러라는 것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드러낸다. 유리과 검은 의자, 하얀 테이블, 실버톤의 조명이 어우러져서 딱, 캘린더 답다. 처음 이 카페의 외관에 감탄하면서도 커피맛은 큰 기대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펠트의 원두를 쓴다기에 (예전 집 근처 카페) 펠트의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당연히 오리지널을 못 따라가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스로 주문했는데도 풍성한 향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눈이 뒤집히도록 놀랐었다. 그 다음엔 티를 주문했는데, 세상에 이건 또 왜 이렇게 향이 좋.. 성북동, 카레 볕은 따땃하고 바람은 찬듯 만듯한 완벽한 날씨에, 그것도 한 낮에,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이런 날에는 식사메뉴도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법. 웨이팅 확률은 높은데 자리는 좁아서 누구데리고 방문하기가 고민스럽던 곳에 가기로 했다. 가게 이름은 간단하게도 '카레'. 하지만 성북동 카레라고 검색하면 이미 주소와 위치, 수많은 후기까지 바로 찾을 수 있는 인기있는 곳이다. 내가 받아든 메뉴판엔 두 가지 메뉴가 있었다. 시금치카레는 고정이고, 키마카레는 한정메뉴란다. 그렇다면 한정메뉴를 먹어야지! 하고 다짐을 했는데, 다음에 왔을 때 또 한정메뉴가 바뀌어있으면 나란 인간은 또 한정메뉴를 시킬텐데. 그럼 시금치카레는 언제 먹어보지? 시중에 판매되는 고형카레를 풀어먹으면서도 카레가 그냥 강황과 무엇의 조합..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6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