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은 따땃하고 바람은 찬듯 만듯한 완벽한 날씨에, 그것도 한 낮에,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이런 날에는 식사메뉴도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법. 웨이팅 확률은 높은데 자리는 좁아서 누구데리고 방문하기가 고민스럽던 곳에 가기로 했다. 가게 이름은 간단하게도 '카레'. 하지만 성북동 카레라고 검색하면 이미 주소와 위치, 수많은 후기까지 바로 찾을 수 있는 인기있는 곳이다.
내가 받아든 메뉴판엔 두 가지 메뉴가 있었다. 시금치카레는 고정이고, 키마카레는 한정메뉴란다. 그렇다면 한정메뉴를 먹어야지! 하고 다짐을 했는데, 다음에 왔을 때 또 한정메뉴가 바뀌어있으면 나란 인간은 또 한정메뉴를 시킬텐데. 그럼 시금치카레는 언제 먹어보지?
시중에 판매되는 고형카레를 풀어먹으면서도 카레가 그냥 강황과 무엇의 조합 정도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다 인도인가 네팔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에서 온갖 종류의 향신료를 방앗간같은 곳에서 빻아버리는게 아닌가. 그리고 그것이 카레가루라고! 그리고 성북동 카레에 무려 그 모습을 목격했다. 처음 보는 요상한 모양새의 향신료가 쟁반에 나란히 뉘어 말려지는 것을 보고 이 집 진짜 제대로다 싶었다.
맛은 보여주는 그대로다. 그동안의 인스턴트 카레나 멀겋게 다듬어진 일본식 카레 따위는 잊어라. 성북동 카레는 카레가 어디에서 온 음식인지 제대로 알려준다. 다만 향신료에 자신이 없으면 키마카레보다는 시금치카레를 먼저 맛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기서 시금치카레를 먹어본 것은 아니지만 키마카레가 어퍼컷 수준으로 강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래 중동의 음식이나 동남아의 향신료를 좋아한다면 꼭 키마카레를 맛보길 바란다. 다음 여행지가 스리랑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
시금치카레는 예상대로 마일드한 맛이다. 그렇지만 시그니처로 자리잡은 이유가 있는 맛! 이 고소함과 달달함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네.
앞으로 갈때마다 아래의 포스팅에 업데이트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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