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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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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use on mango street | never sweet mango ​ 슬럼에 사는 에스파란자. 이름부터 에스파뇰스러워서 이름을 바꾸고 싶은 꿈을 꾸는 소녀다. 여기저기 세를 살며 옮겨다니다가 드디어 집이란 것을 갖게 됐는데, 그건 에스파란자가 꿈꾸던, 엄마 아빠가 언젠가 살게 될 거라고 말하던 그 집이 아니다. 그래서 에스파란자는 망고 스트리트를 떠나고 싶다. 에스파란자는 망고 스트리트에 사는 다른 사람들, 각자의 방법으로 망고 스트리트 같은 자신의 삶을 바꿔보려는 이들을 천천히 비춰준다. 어린 아이들은 잘못된 방법으로 희망을 꿈꾸고, 그 잘못된 방법이 아이들을 더 위험한 곳으로 몰아넣는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던데, 그래서 지금의 망고 스트리트는, 떠났던 에스파란자가 다시 돌아가본 망고 스트리트는, 안녕할까.
키친, 산 사람들의 삶 ​ 방학이 되니 마음도 가뿐하게 한국어로 된 책을 읽는다 한국어라 그런가 내가 제일 기피하는 일본 소설인데도 술술 넘어간다 제목만 보고 한 편의 장편 소설이 들어있는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두 편이었고 목차를 보니 세 편이더라. 가장 가깝고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때문에 그늘의 살아있는 삶까지도 죽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도, 기특하고 대견하게 다시 빛을 찾아가는 이야기. 사랑하는 이를 잃은 고통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읽는 내 표정까지도 주인공의 감정에 따라 움직였다. 가슴이 멎는다거나 찢어지는 듯하다는 표현을 풀어냈을 땐 어렴풋이 그 감정을 지금 내가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일본 문학 특유의 허무함과 그 텅 빈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소설은 그런 느낌이 덜했고 덕분에 끊김없이 주..
그것도 괜찮겠네, 갑자기 나까지 괜찮아졌다! 나는 스노우캣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고 ​또 그 작가가 드문드문 올리는 블로그를 보는 걸 좋아한다.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이 캐릭터가 삽화(라기엔 아주 조금 들어가 있지만, 챕터 머릿말에 하나 정도씩?)가 들어가 있다고해서다. 어떤 책에 내 그림을 넣으려면 그 책 자체가 내 취향과 조금은 맞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그럼 스노우캣 작가의 책 취향과 연관이 있을까?하는 마음도 있었다. 물론 그냥 출판사의 의뢰로 이루어진 단편적인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책을 집으면 마지막 장까지 읽어야 한 권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이게 책 읽기를 더 어렵게 만드는 답답하고 빡빡한 사고방식이라는 걸 잘 알지만, '정식'은 정답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오답이라는 방식의 사고방식이 쉽게 고쳐지지 않고 ..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싶다, 굉장한 도전이 되겠군! 교보문고 추천도서 책장인가 베스트셀러 책장인가에서 보고 흥미로워서 도서관에서 찾아 빌려 읽었다. 정신과 의사로 교수로 일생을 보낸 할아버지가 쓰신 책이다. 할아버지 연세를 생각하면 대단히 혁신적이고 진보적이었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며느리도 거절을 할 수 있게 해줘야한다는 대목을 아주 꼼꼼하게 읽었다. 내 또래의 다른 많은 여자들이 그렇듯이, 우리는 성차별과 가부장적인 관습, 여성으로서의 차별과 차이에 대해 많은 교육을 받아왔고 또 스스로의 생각을 만들 기회가 많았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교육과 전혀 관계없이 자라온 남자들과 결혼을 한다는 것. 가부장적인 관습이란 건, 생각보다 강력하다. 그건 이미 대대로 존재해오고 있었고 가만히 놔두면 그렇게 믿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한 건, 이걸 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교과서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바로 그 표지를 만져보고 펼쳐보고 내 책장에 꽂아볼 수 있다니.. 감격
호모루덴스, 놀이하는 인간 ​ '놀이'라는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듯하다. 우리의 문화 혹은 행동양식 대부분이 놀이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책 전반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놀이는, 내가 다른 것이 되었다고 상상하고 그것인 척하는 것, 규칙을 지키는 것, 경쟁하는 것, 가시적인 행동을 동반하는 것 등의 요소를 지닌다.
(책장 스크롤링) 리모델링을 멋지게 마친 교보문고는, 예전보다 백 배는 더 좋아졌다.​ 근처에서 약속이 있으면 꼭 들르게 되는 교보문고. 사야하는 책도, 보고싶은 책도 딱히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았다. 여기저기 서성이면서 책들을 만지작 거리고 책장을 넘기다, 문득,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를 뒤적거리는 내 모습의 오프라인 버전 같은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있으면 집어들고 스크롤을 내리듯 책장을 넘기고, 마음에 드는 문구가 보이면 읽고. 옴니버스 형식의 책들이 더 많아져서 그런지, 짧게 짧게 읽고 덮고 하는 인터넷 같은 행위가 오프라인에서도 넉넉히 가능했다. 엄청난 차이점은, 읽은 글들의 평균 퀄리티가 온라인보다 훨씬 높았다는 것. 당연한 얘기긴하지만, 종이책의 유머도 온라인의 거칠 것 없는 유머들 만..
동물농장 ​ 누구나 제목은 들어본 고전 중의 고전. 모두에게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시작한 혁명이 어떻게 썩어가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지도자들을 돼지로 비유하면서 공산주의 사회를 격렬하게 비판한다. 비단 공산주의에만 해당되는 얘기겠나 싶다. 나는, 우리는, 이번에는 다를거라고 확신하지만 결국은 누가 사람이고 누가 돼지인지 모르게 되고 만다. 공산주의며 민주주의며 거창한 이념은 됐고, 내 인생이나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츰 편하고 쉽고 배부른 것만 좇게 되는 것 같아서, 마치 내 안의 농장에서 돼지들이 권력을 잡아가는 것 같아서 한 모금 한숨이 옅게 터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