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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로그

그것도 괜찮겠네, 갑자기 나까지 괜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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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노우캣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고 ​또 그 작가가 드문드문 올리는 블로그를 보는 걸 좋아한다.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이 캐릭터가 삽화(라기엔 아주 조금 들어가 있지만, 챕터 머릿말에 하나 정도씩?)가 들어가 있다고해서다. 어떤 책에 내 그림을 넣으려면 그 책 자체가 내 취향과 조금은 맞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그럼 스노우캣 작가의 책 취향과 연관이 있을까?하는 마음도 있었다. 물론 그냥 출판사의 의뢰로 이루어진 단편적인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책을 집으면 마지막 장까지 읽어야 한 권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이게 책 읽기를 더 어렵게 만드는 답답하고 빡빡한 사고방식이라는 걸 잘 알지만, '정식'은 정답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오답이라는 방식의 사고방식이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20년이 넘게 충실히 받아온 po정규교육wer 덕분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상하게도 그런 강박이 잠들어버렸다. 그러니까 아주, 대충 읽었다. 그리고 끝내 끝까지 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고 어딘가 뿌듯한 기분마저 든다. 

이 책은 이사카 코타로의 짤막한 수필이나 사설을 모은 산문집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작가의 짧은 사색이나 경험, 음악이나 책에 대한 감상을 주로 풀어냈다. 묵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흩날리지도 않는, 조용하고 잔잔한 글이 읊조리듯 흘러간다. 문체도 내용도 부담이 없다. 모두 다른 이야기지만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 나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 읽는 듯한 기분도 든다. 그래서인지 대충 읽을 수 있었고 또 대충 내려놓을 수도 있었다. 

정해지지 않은 미래와 티끌 하나 봐주지 않는 현재 사이에서 시간이 있어도 마음은 쉬지 못했는데, 아주 고마운 타이밍에 쉼표를 찍어준 느낌이다. 내가 뭘 말해도, '그것도 괜찮겠네' 하고 대답해 줄 것 같아 소리없는 위로가 되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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