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소문이 좋지 않아서 가고 싶지 않았던 골프장이었는데 어찌어찌 동행인들이 예약하는 바람에 가게 됐다. 좋은 인상을 받고 돌아왔다면 좋았을텐데 아쉽게도...
일레븐CC는 가성비 골프장으로 많이들 찾는 곳이다. 퀄리티가 좋아서 가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 하지만 이걸 가성비라고 불러주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그냥 싼..골프장..
있어보이고 싶어해서 더 빈약해보이는 느낌..?
시설은 나쁘지 않다. 클럽하우스 자체의 크기가 작은 편이라 라커룸의 규모도 작고 샤워시설도 컴팩트하다. 하지만 신식답게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고 깔끔해서 좋았다. 클럽하우스는 사진으로 보면 꽤나 글로시한 느낌이지만 실물로 보면 약간 빈약한 느낌이 든다. 전반적인 공간 구성, 사용된 기물과 집기류, 공간 관리상태, 운영 서비스를 다 합쳐보면 최소한의 실용성만 잃지 말자!하는 태도로 운영하는 느낌이다.
원래 일레븐CC는 1, 2부만 운영할 생각으로 만든 골프장인데, 갑자기 3부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간 대비 이용객이 많아지면서 이런 빈약한 무드(?)를 초래한게 아닐까 싶다. 클럽하우스까지 들어오는 도로변에 마치 벚꽃 축제라도 하는 양 차들이 도로변을 따라 쭉 주차되어있는데, 알고보니 직원들 차란다...3부까지 운영하게 되면서 직원들이 주차할 곳도 없어져서 도로변에 댄다고....
그늘집에서는 모듬전에 막걸리를 한 잔. 막걸리는 한 종류만 있었고 모듬전은 냉동전 느낌이 물씬. 전이 담겨서 나오는 그릇이 소쿠리 무늬가 있는 멜라민그릇이다. 멜라민 그릇이어도 상관없는데! 생긴 것만 소쿠리 모양인 멜라민 그릇이라는 점이 아까 앞에서 얘기한 빈약함(...)을 한 번 더 상기시킨다. 약간 가짜의 삶 너낌...ㅋㅋㅋㅋ
티박스 잔디 절대 지켜
모든 티박스에는 매트가 깔려있다. 일레븐CC 그린피는 인터넷 회원 가입하면 인당 11만 원(평일이면 더 저렴한 것도 있음)이긴 함.. 그래도 필드를 나왔는데 18개 홀 전부 매트 위에서 치니까 어찌나 아쉽던지. 매트에 꽂은 티가 자꾸 쓰러져서 동행인이 잔디에 꽂으면 안 되냐고 캐디에게 물었는데 단호히 거절당했다. ㅋㅋㅋ
이렇게 수리지 상태인 티박스들은 이해하겠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잔디가 짱짱한 티박스는... 아껴서 도대체 어디에 쓰려는 걸까요....
티박스만 관리하시고 페어웨이는?
관리 차량들이 엄청 많이 왔다갔다 하는 데 도대체 뭘 관리하는 중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페어웨이를 관리하고 있는 건 아니다.. 페어웨이 잔디는 조선잔디고 애초에 촘촘하고 무성하게 관리된 느낌은 아니다. 사진이 없는데 동물의 털로 추정되는 먼지 뭉치를 빈번히 마주칠 수 있다.
내가 만나본 가장 느린 그린
오전 티업이었는데 3부 티업보다도 그린이 느리다. 잔디를 안 깎진 않은 거 같고 안 눌러놔서 그런건가...? 나같은 백돌이에게는 빠른 그린보다 느린 그린이 쉽긴 한데, 그래도 이건 좀 충격적으로 느렸다. 핀에서 멀리 공이 떨어졌다가는 거의 볼링처럼 쳐야 한다 ㅋㅋㅋ 라이가 어려워서 스피드만 조금 나오면 라이를 태워보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은 그린인데 아쉽다.
경기 도중 그린에 스프링쿨러 돌리는 골프장
그린하니까 또 이 얘길 안 할 수가 없다. 원래 경기 중간에 이렇게 그린에 물 뿌리나요...? 파3 홀이어서 앞팀이 홀아웃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앞 팀이 나가고 우리 중에 한 분이 치고 났더니 갑자기 스프링쿨러가 돌기 시작했다. 와우ㅋㅋㅋㅋㅋㅋㅋ 스프링쿨러가 다 돌 때까지 한참 기다린 뒤에 나머지 3명이 쳤다. 물이 자작하게 뿌려진 그린에서 열심히 퍼팅했다는 거..ㅋㅋㅋㅋㅋㅋㅋㅋ
페어웨이도 컴팩트(?)
같은 면적에 아기자기하게 코스들을 테트리스해놔서 일단 폭이 엄청 좁다. 그리고 옆 홀과의 간격이 좁다. 삑사리가 심하게 나면 상대편 그린이나 티박스에 바로 박힐 수 있다. 벙커나 워터해저드는 몇 개 없다. 벙커랑 해저드 만드는 것도 비용이라 그런..걸..까..?
페어웨이의 한 면에 큰 바위가 있거나 해저드가 돌로된 절벽인 경우가 많아서 공이 튕겨 나올 때가 많았다. 운도 실력인 거 아시져?
신생 골프장 조경은 어쩔 수 없지 뭐
신생 골프장이니 일레븐CC도 조경은 빈약하다. 아직 나무들이 무척 가늘고 여리여리하기 때문. 풍성하고 무성한 초록을 보러 골프장에 가는 분이라면 일레븐CC를 올 것 같진 않지만 말이다. 다른 골프장에선 워터해저드가 멋진 풍경을 만드는 데 한몫하는데 일레븐CC에서는 딱히 그렇지 못하다. 나름 골프장이 예뻐 보일 때 찍은 사진들인데 돌아와서 보니까 여기저기 쳐진 그물망과 이쑤시개같은 나무들만 눈에 들어오네...
일레븐CC를 어디 뉴스에서 환경영향평가 안 지킨 골프장 목록에서 봤던 기억이 있어서 한참 찾았다. 지금은 정정했을까? 운영되고 있는 모양새를 보면..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앞으로 가성비가 좋다는 리뷰가 달린 골프장은 한 번 더 생각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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