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 슐로스 요하네스버그 겔블락에 삼겹살을 곁들여 먹고 눈 뒤집어지게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붉은 육류에는 레드만 매칭해야 한다는 나의 편견을 파사삭 깨부숴주었을 뿐만 아니라 독일 라인가우 리슬링에 대한 나의 무한한 신뢰까지 쌓아준 와인이다. 삼겹살에 어울리는 와인으로 리슬링을 추천하면 다들 으엥?하는 표정을 짓지만 한 번 맛보면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것이다. 다들 꼭 드셔보시라..!
겔블락은 노란색 라벨이라는 의미이며, 코르크부분이 노란색으로 실링되어있다. 슐로스 요하니스베르그의 리슬링 중 엔트리급 와인이 겔블락 쿠베아(기본..? 뭐 그런 뜻이라고 함다)다. 트로켄이니까 단맛이 없다는 뜻이고. 라인가우(라인강 근처)에서 재배되며 대체로 추운 지역이라서 대체로 산미가 도드라진다. 그래서 아이스바인(제일 단 거)으로 갈 수록 비싸짐.
지난번에 겔블락 파인헤르브(Feinherb 단맛이 살짝 있다는 뜻)에 먹었을 때도 맛있었는데 이번엔 트로켄(Troken 드라이)이니까 더 잘 어울리겠네!라고 생각하며 룰루랄라 고깃집에 갔다.
그런데...
콜키지는 가능했으나 와인잔은 제공하지 않는 고깃집이라서 1차로 실망하고, 맥주잔에 와인을 따르는 나 자신에게 자괴감도 느끼고.. 그래도 고기는 너무 맛있었다...
슐로스 요하니스베르그 겔블락 쿠베아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산미가 강렬한 와인이었다. 처음에 가벼운 단맛이 스윽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져버리고 파인애플의 산미가 강하게 이어진다. 중반부터 혀끝을 까끌하게 만드는 타닌감이 치고 올라온다. 바디감은 가벼운 편이지만 이 타닌감때문에 유효 펀치를 하나 날리는 인상을 준다. 얌전한 리슬링이 절대 아닌..야생미(?)가 느껴지는 스타일이다.
산도가 생각보다 강하고 높아서 약간 소고기처럼 기름지고 부드러운 이베리코목살과 가장 궁합이 좋았다. 방어같은 기름진 흰살생선과도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리고 산도가 높으니까 삼겹살이나 목살에 곁들이는 명이나물과 아주 궁합이 좋았다. 이 미묘한 산도와 당도에 따라서 어울리는 음식이 달라지는 재미, 이래서 와인이 재미있지.!
헤헤..카스 안녕..
슐로스 요하니스베르그 겔블락 쿠베아 2020 Schloss Johannisberg Gelblack Q.B.A.
분류 화이트
품종 리슬링
지역 독일 > 라인가우
도수 12.5%
총평 믿고 마시는 슐로스 요하니스베르그. 다음엔 로틀락도 한 번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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