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있고 감각적인 로고와 라벨, 반투명하고 아름다운 쉐입의 유리병, 그 안에 담긴 강렬하고 아름다운 빛깔. 그런데 막걸리라고요?
전통주와 막걸리에 대한 노력들이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하나보다. 전통주에 대한 수출과 용량, 통신판매 같은 규제를 대폭 개선해주더니 미디어에서도 미식과 애국을 적당히 섞어가며 전통주를 열심히 비춰주었다. 스멀스멀 판매자가 늘어나고 유통채널도 다양해졌다. 붉은 원숭이도 마트가 아니라 어플로 주문해서 받은 막걸리다. 게다가 붉은 원숭이 막걸리는 요즘 시대엔 빼놓을 수 없는 비주얼까지 챙겨버렸다. 아아 드디어 막걸리에도 새 시대가 오는구나. 게다가 붉은 원숭이는 살균탁주라서 생막걸리에 비해 보관기한이 기니까 막걸리를 많이 마셔보지 않은 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생긴 건 라즈베리 맛이 나게 생겼지만 막걸리다. 진짜 막걸리. 눈을 감고 먹으면 노릇한 아이보리빛 막걸리를 마시는 것과 구분할 수 없다. 붉은 빛이 나는 쌀을 사용해서 컬러만 MLBB. 근데 이 컬러 너무 예쁘지 않습니까? 마시지 않고 진열해서 보고 싶은 컬러다. 역시 자연이 만든 컬러는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니까...
드라이해서 그런건지 와인을 마실 때 느껴지는 탄닌감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탄산은 없고 해창막걸리 9도짜리와 비슷하게 걸죽하다. 단맛이 강하지 않고 숙성되면서 나는 자연스러운 잔당감 정도의 당도다. 달달한 술을 기대했다면 붉은 원숭이 막걸리를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로고에 있는 붉은 원숭이 표정처럼(ㅋㅋ) 약간 시크하고 도도한 스타일이다. 한 잔을 마신 뒤에 컵 안에 남아있는 쌀향을 한 번 맡아보길 추천한다. 다른 막걸리들에 비해서 쌀향이 강하게 나는데 그 향이 고소하고 무척 향기롭다. 2023년엔 붉은 원숭이처럼 맛도 비주얼도 놓치지 않는 훌륭한 막걸리들을 더 많이 볼 수 있길!
도수 10.8도
바디감 중간
당도 4/5
산미 1/5
탄산 0/5
'와인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양춘 탁주 - 술맛나는 막걸리 (1) | 2023.10.03 |
---|---|
고기랑 먹기 좋은 독일 리슬링 - 슐로스 요하니스베르그 겔블락 쿠베아 2020 (0) | 2023.04.10 |
구스아일랜드312 어반위트에일 - 오 미국식 에일 발견! (0) | 2022.08.14 |
무알콜 맥주 투루츠, 뉴 웨스트 IPA - 아휴 가벼워라 (0) | 2022.05.14 |
무알콜 맥주 투루츠, 이너프 세드 헬레스 - 훌륭한 무알콜 라거 (0) | 2022.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