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연봉협상시기를 개인별로 다르게 하지 않고 연초에 일괄 적용한다. 그래서 인사평가와 연봉협상이 종료된 뒤에 지나간 1월분은 인상된 연봉으로 소급한다.
아무튼 연봉협상을 했다. 문제는 연봉협상 직전에 이 회사 내부에 리더십 교체가 있어서 아예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 완전히 다른 회사다. 심리적으로는 네 번째 회사에 입사한 기분이다. 지금까지 나는 그래도 사람을 부품취급하는 회사에 다녀본적은 없다. 그런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제 다녀보게 됐다. 한 달에 한 번 전직원이 모여서 대표님의 훈화말씀을 듣는 시간이 생겼다. 그 때마다 한 사람이 고작 2~3인분을 더 하는 것은 잘한 거긴하지만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더 앞뒤 가리지 않고 주말 휴일 가리지 않고 일하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연봉은 고작 몇 프로를 올려주지만 아주 대단한 인상인 것처럼, 후하게 올려준 것처럼 포장된다. 몇 개 없던 복지들은 복지답지 못하다는 이상한 명목하에 사라지고 (근속 리프레시 휴가가 복지답지 못 합니까?) 점심시간도 근무제도도 죄다 뜯어고칠거란다. 그 전 대표는 조금 올려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미안해하고 내년엔 더 열심히 해보자는 응원이라도 했는데. 그동안의 사진을 보니 회사안에서 친구를 만들어보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몇몇 저녁식사 사진이 눈에 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 마저도 그만두었다.
자괴감이 드는 연봉협상통보, 본인 성과 만들기에 날 이용하는 팀장, 팀플레이를 못 배운 이기적인 팀원, 앞길이 보이지 않는 내 포지션까지. 여기를 더 다닐 이유는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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