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회사에 대한 글을 쓴게 1년 전이다. 내 자존감을 갉아먹으면 뛰쳐나오겠다던 나의 다짐은, 무직의 두려움과 이직의 고단함 그리고 당장의 월급에 희석되어버렸다. 자잘한 경력들을 제외하면 이 회사가 사실상 나의 세 번째 직장이다. 그러니까 벌써 나는 삼세번 회사를 골라보았는데, 결국은 진 셈이다. 이 회사에 오기 전에는 '이번 회사도 별로면 또 옮기면 되지!'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또 옮긴다고 과연 다를까?'하는 회의가 든다. 주변에서는 그만하면 다닐만한 회사니까 다니라고 하는 사람 반, 다닐 이유가 없어보이는데 왜 계속 다니고 있냐고 하는 사람 반, 이쪽 저쪽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전직장에서 수평적이고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며 생활했기 때문인지 이 직장에서는 사람이 너무너무 힘들었다. 지지고 볶았냐고? 아니, 지지고 볶는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가웠다. 각자의 할 일만 하면 되고, 다른 사람이 힘들어도 그건 그 사람의 일일 뿐이다.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지도 같이 밥을 먹는 크루가 있지도 않다. 동료애? 그건 유니콘이지. 월요일 아침이면 주말에 간다던 카페에 다녀왔는지, 넷플릭스의 그 드라마 다음 편이 나왔는데 봤는지, 시덥잖은 이야깃 거리들을 주고 받으며 한 주를 시작하기 위한 몸을 풀곤했는데. 서로의 취미가 무엇인지, 좋아하는 드라마가 뭔지, 아무도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마음에 가뭄이 들어 쩍쩍 갈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친구는 커녕 동료라고 부를 만한 사람 하나 사귀지 못했다.
그럼 다들 차가운 만큼 일이라도 잘하면 좋겠다. 팀장이건 본부장이건 배울 점이 없다. 젊은 기업인데도 능력은 없는데 오래 다닌 사람들을 위로 올려놔서 비슷한 연령대의 경력이 많은 팀원들이 그들의 무능을 커버쳐가며 그들의 자존심이 상하지도 않게 조심해줘야 하는 오묘한 상황이다. 팀장답게 일을 잘하고는 싶은데 할 줄은 모르니 자꾸만 얼굴을 붉힐 일이 생긴다. 그럼 팀원들이 알아서 할 수 있게 비켜라도 줬으면 좋겠지만, 또 성과에 본인들 이름을 올려야해서 그런지 하는 척은 얼마나 잘하는지 모른다. 세상에. 나이도 어린 친구들이 그런건 어쩜 저렇게 잘하는지. 지금 하는 쇼잉 실력의 반만 업무 역량으로 전환된다면 훌륭할텐데 정말 아쉽다.
아아 이렇게 적어놓고 나니까 일도 사람도 연봉도 무엇하나 만족되지 않는 중이었구나. 그래서 이렇게 회사 밖의 활동에 열을 올리게 된 걸까? 전직장에서의 나는 회사 안에서나 밖에서나 동일한 캐릭터의 사람이었는데, 요즘의 나는 회사 안에서와 밖에서의 모습이 딴판이다. 회사에서 시들고 회사 밖에서 햇빛과 물을 채우며 1년을 채웠다. 무사히 퇴직금이 (야호) 발생했고, 대부분의 직장인이 이직을 고민하게 된다는 연봉협상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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