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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나의 하루

귀에서 삐소리가 난다 - 메니에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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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려고 누우면 왼쪽 귀에서 삐소리가, 그것도 아주 가느다랗게 삐이이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분탓인가 아니면 너무 조용해서 그러나? 하고 생각할 만큼 작는 소리였다. 이렇게 아주 미세하게 시작된 것이 무려 1년전, 이 빌어먹을 회사에 입사하고부터다.

미세했던 소리는 차츰 커졌다. 어느 날 그 소리가 마치 전기가 흐르는 소리 혹은 백색소음처럼 들렸다. 어디 콘센트가 잘못 꽂혀있는 줄 알곤 집에 있는 온갖 스위치를 다 꺼보기도 했다. 당연히도 소리는 크게 들리는 날도 있고 하나도 들리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낮동안엔 전혀 들리지 않으니 나 역시 더 일찍 병원에 가볼 생각을 못 했다.

백신을 맞으러간 이비인후과에 이명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이명은 보통 정신적인 문제와 연결되어있고 치료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만 해줬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는 이명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그럼 어느 병원을 가야하는지 고민하던 사이 귀에서 나는 소리는 점점 커져서 나의 낮시간까지 침범하고 말았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귀를 막아도 들이는 삐지지즈즈지지지지하는 소리에 괴로워하다가 잠에 들곤 했다.

이명 병원을 찾을 땐 아예 대학병원에 가거나 일반병원을 가려면 어지럼증검사를 병행하는 곳을 찾아야 한단다. 다행히 한 군데를 찾았다. 의사선생님의 입에서는 '메니에르병'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어지럼증과 귀가 먹먹해지는 것이 메니에르병 증상인데 다행히 나는 이 증상이 없어서 약물치료를 하면서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매주마다 귀가 먹먹해졌는지 어지러웠는지를 물어보셨다. 그래서 그렇게 한 달 반 동안 약을 먹었다. 그 중엔 3-4주 정도는 스테로이드제도 처방받았다. 하지만 이 사이에 오른쪽 귀에서도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피디원을 제일 많이 먹었을 때가 2알. 분량은 상태에 따라서 자주 조정되었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잠을 많이 자고 무리하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그리고 음식은 라면이나 김치처럼 염도 높은 음식과 커피를 피하라고 했다. 달팽이관 안에 림프액이 있는데, 염분이 이 림프액의 내부압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선생님은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냥 먹으라고 하셨다. 지금은 스트레스가 가장 독이라고.

약을 먹고 짠 음식과 커피를 줄이면서 증상은 호전되었다. 자려고 누웠을 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작은 경이로움에 묻혀 잠들었다. 조금씩 소리가 줄어드는 것을 관찰하며, 잘 해내고 있다는 성취감과 호전되고 있다는 작은 기쁨이 생겨났다. 이 긍정적인 감정들이 스트레스를 이기게 도와줬는지도 모르겠다. 차츰 약을 줄였고 지금은 약을 먹지 않고 있다.

병원에 다니면서 나 자신을 생체실험한 결과 귀에서 나는 소리는 정말 염분과 직결되는 것 같다. 짠 음식을 많이 먹은 날이면 다음 날 귀에서 나는 소리가 커졌다. 물론 짜지 않은 음식이더라도 많이 먹으면 나트륨 섭취량도 늘어나는 셈이라그런지 마찬가지로 소리가 커졌다. 오히려 스테로이드제는 그다지 드라마틱하게 효과가 느껴지지 않았는데 염분은 3일만 적게 먹어도 효과가 대단했다. 하루 나트륨 권장 섭취량이 2000mg 이라서 1500~1900으로 섭취하려고 노력했다. 별 생각없이 일반식으로 먹는다면 하루에 2600정도는 쉽게 섭취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은 꽤 해이해져서 다시 짜게 먹었더니 소리가 조금 커졌다. 다시 겉잡을 수 없이 소리가 커지면 그 때는 약을 장기복용해야하고 아마도 더 큰 병원을 다녀야할지 모른다. 귀를 막아도 소리가 들린다는건 상상이상의 괴로움이다 정말..... 내일부터 다시 덜 짜게 적게 먹자고 다짐하며 샐러드를 주문했다. 덜 짜게, 적게 먹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이어트식을 먹는 것이다. 다시 내 귓속 세상이 조용해질 때까지 조금만 더 기운을 내보자. (퇴사하면 한 방에 낫는 거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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