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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한끼를 소중하게

혜화, 헤이커피 - You will be awesom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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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으로 시작해서 만 명으로 확산된 코로나19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에서 재택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지도 오래되었고 몇차례의 실랑이로 전사차원의 코로나 예방 액션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해버렸다. 그리고 포기한 채로 출퇴근을 반복하다보니 코로나 안정화 추세 소리도 들리고, 결국 모두의 마음도 느슨해져버렸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자신은 코로나에 걸릴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아주 희박한 가능성이라고. 정말 소름끼치는 일 아닌가!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한 생각을! 그런데 잠깐, 이 글을 읽는 주체인 당신은 스스로가 코로나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닐거다. 그건 남의 일이 된지 오래일테니까. 나도 내가 코로나 확진자가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마음만큼 행동이 느슨해지지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소름끼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내가 되고 싶지 않고, 천만분의 일이라도 코로나 경계 기간을 늘리는데 일조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여전히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혼자 점심을 먹고 친구들의 모임도 거절했다. 출퇴근길 외에는 외출도 없다. 주말? 당연히 집에 있었다. 회사 사람들은 오늘도 대여섯명씩 그룹을 지어 식당을 찾아 나선다. 어제 저녁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신 이야기를 한다. 벚꽃이 예쁘고 하늘이 맑다. 집에 있는 사람들만 바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도는 것 같고 억울해진다. 나도 며칠 되지 않는 이 짧은 봄을 만끽하고 싶다고.

 

오후 반차를 내질렀다. 카페에 가고 싶었고, 최소한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려면 낮시간이어야 했다. 여기저기 검색해가며 신중하게 고른 카페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 이 얼마만의 햇살인가. 

 

하필 오늘 강풍까지 불어서 들어오자마자 얼어버린 손을 녹여줄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레몬케이크를 주문했다. 뜨끈하게 나온 아메리카노에 촉촉하고 상큼한 레몬케이크를 베어무니까 녹는다 녹아. 이 행복한 외출의 맛! 나도 모르게 털어넣고 가만히 앉아서 커튼이 쳐진 창밖을, 아무도 없는 카페 안을 둘러본다. 올리브나무가 있다. 올리브가 달린 올리브나무는 처음본다. 키우기 어렵다던데.

구석구석 구경을 마치고 나니 주인 언니들의 달그락 달그락 베이킹하는 소리, 음악, 창밖의 자동차소리가 섞여 멍하게 들린다. 이제야 텅 빈 카페가 쓸쓸하게 다가온다. 시끌벅적 분주하던 사람들 대신 depression으로 채워진 빈 공간. 하나라도 더 팔아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한 편, 그놈에 코로나 빨리 끝내버려야겠다는 다짐도 든다. 조금만 더 참자, 내가 조금 더 참아서 이 창살없는 수감생활이 끝날 수 있다면, 이깟 봄쯤 한 번 참자.

 

 

2020 Apr

아메리카노 4,500

레몬케이크 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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