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라고 할 만큼 적극적이진 않아도 10년 넘게 지켜보면서 좋아하고 있는 '스노우캣' 작가님이 작년부터 벅스뮤직에 '음악이냥'을 연재하고 있다. 스노우캣을 처음 알게된 건 그가 온라인에 올리는 짤막한 일기들을 보면서다. 위로도 많이 얻고 웃기도 참 많이 웃었다. 그 덕분에 간짬뽕과 양배추의 조합도 알게 되었고 (안 먹어보신 분들 꼭 먹어보셔야 합니다) 조금 연습하다가 말았던 운전대도 다시 잡게 되었고 말이다.
이 카페를 찾게 된 것도 '음악이냥'을 보다보니 음악을 듣고 싶어져서였다. 그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야 블로그와 다이어리를 보며 익히 알고 있었지만 들어볼 생각은 못했는데, 음악에 관련된 에피소드와 더불어 추천곡 플레이리스트까지 올려주니까 안 들어볼 수가 없다. 그리고 모두 정말 취향저격. 그러다보니 최근에 갑자기 음악을 엄청 듣게 됐다. 그리고 당연히(?) 좋은 노래를 좋은 장비로 듣고 싶어졌달까 -_-;; 그래서 네임드에스프레소에 왔다. 그리고 이곳의 플레이리스트도 내 취향에 딱 맞다. 벙벙 울리는 사운드도 행복하다. 그래서 커피는 어떻냐고? 음악이 이 정도면 커피는 무조건 맛있다. 이건 뭐랄까. 법칙같은 거다.
처음 방문해서는 카페라떼를 시도했고 이 한 잔으로 그간의 수많은 상위랭커를 물리쳤다. 테일러커피가 본점밖에 없었을 때의 라떼, 메뉴팩트가 동네사람들만 찾는 곳일 때의 플랫화이트, 은파피아노 펠트커피의 라떼를 후루룩 떠올리며 비교하게 만든 라떼다. 원두와 우유 종류, 에스프레소 머신까지 고르게 되어있어서 결정장애를 폭발시키지만 어차피 또 올거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주문하자. 무조건 또 오게 되어있다.
스노우캣 작가님에게도 내 목소리가 닿으면 빨리 여기 좀 와보시라고 하고 싶다. 물론 작업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와이파이도 안 되고 조명도 어둡고 내부도 쌀쌀하고 좌석도 불편하니까. 하지만 음악과 커피만큼은 최고다. 문앞에 붙어있는 구구절절 적힌 안내문에 볼륨을 줄여주지 않겠다고 적혀있는데, 이 곳의 음악을 듣다보면 볼륨을 줄이는 걸 반대하고 싶어진다. 아무도 떠들지않고 음악에만 꼼짝없이 귀기울이도록 대화금지조항을 넣고 싶은 마음까지 드는데 막상 사장님이 단골손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걸 꽤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ㅋㅋ) 그건 안 되겠다.
음악이냥을 보면 힘든일이 있을 때 음악이 지탱해주어 견뎠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음악을 많이 듣지 않아선지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와닿지 않았는데, 이제 조금알 것 같다. 네임드에서 음악으로 가득찬 공간에 앉아 있으니 어쩐지 혼자있어도 혼자같지 않고 음악이 주는 에너지가 나를 충전시키는 기분이었다. 쓸쓸하거나 지쳤을 때 나 역시 음악과 네임드에스프레소가 생각날 것 같다. 그럴 때면 조용히 혼자 다시 와서 따뜻한 라떼 한 잔에 음악을 들어야지. 그리고 잘 데워진 마음으로 다시 문을 열고 나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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