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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로그

불쾌한 사람들을 위한 책 - 불쾌한 사람들과 인간답게 일하는 법, 니시다 마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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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와 관련된 책을 보면 일단 '나'는 정상이고 문제가 없으며 잠재력이 무한한 존재라고 가정한다. 이 책을 처음 발견한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불쾌한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보통 문제이며 그래서 나는 그들과의 평화로운 직장생활을 위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구나. 

책이 절반을 넘어가도록 깨닫지 못했다. 작가는 이 책을 불쾌한 사람들을 위해 썼다는 것을. 아마도 이 책을 집어드는 사람들은 'A 과장때문에 짜증나'거나 'B 부장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불쾌해진 사람들일 것이다. 원인은 외부에 있어보이지만 결국 나 역시도 불쾌한 사람인 것이고 불쾌함은 작가의 말대로 전염된다. 그리고 자주 불쾌해지는 사람이라면 (물론 그만큼 강력한 불쾌인자를 가까이 두고 있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불쾌함에 대한 역치가 낮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절반 이상은 불쾌함을 전파시키는 사람들의 유형을 나누고 그를 어떻게 대하면 좋은지에 대한 간단한 팁이다. 일부 유형에 대해서는 강하게 경고하면서 이직을 권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팁은 적당히 맞춰주거나 적당히 참아주라거나 '또 응석부리는군' 정도로 생각하고 이너피스를 지키라는 것이다. 에이 뭐야 뻔하네,할 즈음에 작가는 '혹시 넌 아니니?'라고 묻기 시작한다. 그리곤 내가 불쾌한 사람이 되지 않는 법, 부드럽게 말하자면, 나까지 불쾌함 전파에 가담하지 않는 법에 대한 내용으로 마지막장까지 이어진다.

몇몇 유형에서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 역대급이었던 내 상사는 무려 3개 유형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그리고 문득 내가 화가 났을 때 보이는 태도와 비슷한 유형도 있었다 (깊은 반성). 이 책을 읽게 된건, 대학원을 마치고 또 다시 조직형태의 회사에 입사하려고 생각하니 막막했기 때문이다. 취업난이며 열정페이며 문제야 태산같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사람'이다. 일은 어떤 일이건 익숙해지게 되고 할 줄 알게 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와 직무는 어쨌거나 카테고리 정도라도 고를 수 있겠지만, 사람은 전혀 고를 수 없다. 뜨개질로 먹고 살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이렇게 안일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면 결국은 졸업장과 논문을 손에 들고 출근을 하는 날이 오고 말겠지. 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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