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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한끼를 소중하게

합정, 로칸다몽로 : 명불허전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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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것만해도 박찬일 셰프가 자리를 옮긴 게 벌써 세 번째다.​ 그동안은 너무 가깝기도 했고;; (원래 가까우면 더 안 간다) 늘 거기 있을 것 같아서 미뤄왔었는데 이번에는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루고 싶은 유혹을 꾹꾹 눌러 참았다. 홍대에서 처음 열었을 땐 안 없어질 줄 알았고 이태원 때도 이번엔 안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세 번이나 할 수 없지 않은가.


이번 컨셉은 선술집이라는데 그래서 술이 주 수입원이 되는 건지 병맥주 최저가 9,000원. 내가 마신 스크림쇼는 10,000이었다. 가지치즈요리와 명란파스타를 주문해서 글라스 와인을 시킬까 했는데​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17,000원? 21,000원? 정도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어서 쉽게 마음을 접음. 그럴거면 누가 잔을 시키나 병을 시키지! 아? 그걸 노린걸까? 근데 병도 비쌈... 결국 맥주 한 병 더 시키고 싶었다가 가격의 압박으로 맥스 생맥 (4,000)을 시켰는데, 관리가 잘 된 맥스는 이렇게 맛있다! 매끄럽고 부드럽게 생긴 맥주잔도 정말 탐난다.

박찬일 셰프의 업장에 오면 꼭 파스타를 먹어보겠다고 마음 먹었었고 기회를 잡았으니 당연히 명란파스타를 주문했다. 예전에 인기를 휩쓸었던 그 고등어파스타를 먹어보고 싶다. 이런 맛을 스테레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올리브오일, 명란, 허브가 순서대로 줄서서 향과 맛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전해지는 맛과 향의 강도라는 것이 딱 기준선까지 도달하고는 퇴장하더라. 그러니까 올리브오일이 5까지 치고 들어오면 명란, 허브, 균형잡힌 식감의 면까지 5까지 딱딱딱 치고 줄지어 퇴장한다. 

보나세라에서 기본에 충실한 고전스러운 파스타에 깊이 감동받은 적이 있는데, 이건 적당히 컨템포러리하고 맘껏들어간 부수적인 재료들이 신나게 합주를 하는 느낌이다.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지만 충분히 고전에도 견줄만 하다.

박찬일식 닭튀김은 비주얼은 훌륭한데 먹기도 불편하고 잘 튀기기야 했지만 맛은 어쨌든 평범하다. 그래도 한 번 먹어보고 싶은 비주얼 때문에 테이블 마다 하나씩은 놓여있었던 닭튀김. 여길 친구랑 다녀오고서 남편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파스타를 격찬했는데, 그 놈의 비주얼 때문에 자기도 닭튀김을 꼭 먹어보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미련은 없어야 한다는 주의자라서 기꺼이 주문해주었다. 한 입 먹고 '그러게 그냥 치킨이네.' 내 말이 맞았다는 소리인데 괜히 기분이 별로네(?). 아무튼 파스타가 너무 훌륭하니까 파스타 포함 다른 이탈리안 요리를 먹으러 다시 가봐야겠다.

참 문제는 회전율이다! 예약은 3명이상만 받고 가게가 넓지 않은데 다들 맥주나 와인을 마시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둘인데 아무래도 우리랑 같이 먹탐험이 가능한 부부를 하나 찾아야하지 않나 싶다. 그럼 메뉴도 더 다양하게 시켜볼 수 있고 말이지.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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