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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한끼를 소중하게

포시즌스호텔 서울, 찰스H바 - 사람들이 바를 찾는 이유가 이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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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에도 한바탕 포스팅한 적이 있는 찰스H바에 오랜만에 다녀왔다. 예약을 안 하고 방문했기 때문에 다섯시 반에 호다다닥 카운터에 갔더니 6시부터 오픈이라고. 어쩔 수 없이 정말 어쩔 수 없이 1층 마루에서 커피에 디저트를 먼저 뿌시기로 한다.


뿌시기로 한 이상 제대로 뿌신다... 커피 2잔에 케이크 3개를 고를 수 있는 세트(64,000원)였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스트로베리쇼트케이크, 헤이즐넛 롤..뭐였고, 레몬타르트다. 상콤달콤고소의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면서 선정했다구요. 기본적으로 포시즌스의 디저트는 수준급이기 때문에 모두 엄청나게 맛있었다.


쇼트케이크는 정말 부드럽고 과일과 생크림의 당도나 과육의 크기 같은 것까지도 뭐하나 거슬릴게 없었다. 무스 수준으로 부드러운게 인상깊었다.

가운데 헤이즐넛 슈는 위에도 작은 슈가 올라가 있었는데 설탕으로 감싸서 딱딱한 상태였다. 아마도 나머지 부분이 모두 뭉개지는 듯한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어서 약간의 재미를 주기 위해 맨 위에 글레이즈드 슈를 올린 것 같다. 아래의 슈 안은 크림으로 가득차 있었는데 헤이즐넛 향이 풍성하게 난다.

레몬타르트는 가장 평범한 느낌이었다. 타르트지는 단단한 쿠키형이었고 안에는 반투명의 레몬필, 위에는 레몬과...음..어떤 크림(보시다시피). 내가 디저트류에 그닥 밝지 않지만 그나마 레몬이 들어간 류를 가장 많이 먹어서 ㅋㅋㅋ 제일 평가가 박한 건지도 모른다. 접시 주변은 라즈베리 시럽으로 장식이 되어있다.

이걸 1시간도 아니고 45분만에 털고 ㅋㅋㅋㅋㅋㅋㅋㅋ 호다닥 찰스H바의 비밀의 문으로 뛰어간다. 왜냐면 바 자리에 앉아야 하니까. 요즘 뭐든 선착순이라 힘드네 힘들어. 바 자리에 무사히 앉았으니 다 괜찮다.

저 소화기 때문에 입구를 알아보기가 더 어려운 것... 찰스H바의 위치선정은 정말 대단하다. 여러분 1층에서 더마켓이라고 적힌 계단으로 내려와서 바로 왼쪽으로 돌면 문이 있습니다! 거기가 바로 스피크이지 컨셉을 충실히 구현한 찰스H바입니다 여러분..


오늘은 투숙객이 아니니까 커버차지가 1인당 1만원이다. 근데 웰컴드링크로 꽤 괜찮은 샴페인인가 크레망인가를 주고 웰컴푸드로 가르파쵸도 주고 저 짭짤해서 손을 멈출 수 없고 실시간을 살찌는 느낌나는 감자칩에 올리브까지 주잖습니까. 1만원이 아깝지 않지.


1층에서 케이크 3개를 뿌시고와서 속이 조금 느끼해졌다. 김치찌개를 안 파는 관계로 메뉴는 하나만 시켰다. 한우버거! 브리오쉬번에 한우패티, 루꼴라, 토마토 등이 마구 들어있다. 어니언링은 기름을 좀 머금고 있어서 느끼해서 다 먹지 못했다.


진짜 절대 알콜 안 먹을....수는 없어서 ㅜㅜ 아말피 스피릿을 주문했다. 이건 내가 전에 포스팅할 때도 칭송했던 메뉴인데 아직 무사히 잘 있다. 바 자리에 앉아서 메뉴 만드는 걸 계속 구경했는데, 아말피가 심심치 않게 주문되어 나가는 걸 볼 수 있었다.

포시즌스의 숨은 매력, 찰스H바 - 나머지 메뉴 격파하기

참, 앞의 포스팅에서 빼먹은게 있는데 대화하려고 가시는 거라면 마주볼 수 있는 자리가 좋겠지만 칵테일에 관심이 있어서 간다면 꼭 바 자리에 앉길 바란다. 메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게

milkbiscuit.tistory.com


타히티안 유니콘은 친구가 시켰다. 친구는 상큼하고 깔끔하면서 단맛이 있는 걸 원했는데 서버분이 타히티안 유니콘이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많다면서 추천했다. 나는 말리고 싶었지만, 친구의 취향을 정확히 할지 못해서 얌전히 있었고...역시나 친구의 마음에 들지 못했다. 깔끔하고 개운한 느낌을 원하면 코코넛이 들어간 메뉴를 시키면 안 된다. 아무래도 코코넛이 부드러움을 가미하는 만큼 깔-끔함과는 멀어지기 때문이다.


이날은 아주 운이 좋게도 밀라노 캄파리에서 바텐더분들이 오시는 날이었다. 7시부터 10시까지 게스트 바텐더들이 캄파리를 활용한 칵테일을 선보여준다. 방금 깔끔함을 주문하려다 실패한 친구가 게스트바텐더분들의 도움에 힘입어 클리어리 오렌지에 도전했다. 결과는 대성공.

나는 캄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메뉴는 캄파리가 제대로 킥을 보여줬다. 깜파리 특유의 향이 그랑마니에르에서 풍기는 꼬냑의 스모키와 완벽히 어우러진다. 그리고 그랑마니에르의 오렌지향에 시트러스코디얼이 얹혀서 깔끔하게 마무리.

바 자리에서 바텐더분들이 음료 만드는 걸 구경하다가 앞에 놓인 캄파리 한정(?) 코스터도 유심히 구경하고 있었는데 ㅋㅋㅋ 역시 눈치 빠르신 바텐더분... 나 하나 주셨다... 이거 맘에 들어서 집에 들고옴 ㅋㅋㅋㅋㅋㅋ


하... '아말피 스피릿' 다음에 '파 이스턴 김렛' 먹고 그 다음에 '맨해튼 플라이트' 먹고 그 다음에 '얼그레이 김렛' 먹었어야 했는데. '아말피 스피릿' 다음으로 고른 나의 메뉴는 논알콜의 '바티다 넘버원' 이다. 귀야 언제 나을거니...

파인애플, 바나나, 크림, 민트의 순서대로 맛이 난다. 시나몬과 꿀의 맛은 나지 않았다. 굉장히 건강한 스무디였다. 리큐어가 섞였다면 피나콜라다 계열의 느낌이 물씬 날 것 같은 맛이다.

음식도 칵테일들도 보기에도 아름답고 맛도 훌륭하고. 계속 흥이 나게 하는 공간의 힘도 여전했다. 몇 개월만에 방문해도 이렇게 동일한 맛과 분위기,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다니. 미국 드라마를 보면 등장인물들이 바를 가는 장면이 빈번하게 나온다. 내가 겪은 문화권내에서는 '바' 문화가 보편적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찰스H가 주는 특유의 친절하면서도 편안함, 즐거운 음악과 맛, 낮은 조도가 주는 안정감 같은 것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신날 때도 힘들 때도 혼자일 때도 여럿일 때도 바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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