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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한끼를 소중하게

포시즌스 유유안 - 홍콩을 한국으로 옮겨왔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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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투숙 기간 중에 아무때나 가서 먹을 생각이었다. 오만했지 내가 또. 베이징덕은 미리 주문해야 한다고 해서 '나는 베이징덕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굳이 주문을 할까 말까'하다가 또 대표메뉴라니까 반마리만 시켜야지하고 예약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알았다. 아 내가 아니라 유유안이 된다고 하는 날에 먹을 수 있는 곳이었구나 ^^! 

우린 먹부림 전문가니까 또 참지 못하고 배가 터지도록 시켰다. 베이징덕 마리(남은 오리로 해주는 메뉴는 마라볶음으로), 샤오롱바오, 산라탕, 챵펀, 시우육, 트러플 두부...썸띵...까지..연휴 끝나고 3키로쯤 쪘길래 무슨 일인가 했는데, 사진을 되돌아보니 충분히 납득이 간다. 

기억이 잘 안나지만 웰컴? 스타터로 시작했다. 

판에 담긴 샤오롱바오는 사진이 없네. 훌륭한 샤오롱바오였다. 룸에서 룸서비스로 시켜먹은 것과는 차이가 많이 났다. 피가 금방 마르고 달라붙기 때문에 식당에서 바로 서빙되는 것을 먹어야 한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지. 

 

 

중국식 흑초의 맛이 강하게 나는 산라탕 suan la tang 이었다. 웬만한 중식당에서는 이렇게 신맛을 강하게 내는 곳이 많지 않다. 산라탕은 내가 생각해도 한국인 입맛에 안 맞는 요소가 많다. 신 맛과 매운 맛을 섞은 데다가 그 신맛은 흑식초 맛이다. 게다가 국물요리인데 약간 점도가 있다. 흑식초를 좋아하는 우리는 '이야 이거 중국의 맛이네~~~'하면서 신나게 먹었다. 

 

왼쪽은 시우육(구운 돼지고기를 튀긴 것), 오른쪽은 창펀이다. 두 음식 모두 나는 홍콩에서 처음 먹어봤다. 홍콩에서는 둘 다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시장 근처에 허름한 식당에서 시우육이 올라간 국수를 먹었다. 뽀얀 국물에 국수가 담겨있고 그 위에 구운 오리 몇 조각 혹은 시우육 몇 조각이 올라가 있다. 튀긴 보쌈같은 것이 너무 맛있어서 나도 모르게 연신 감탄을 내뱉으며 먹었다. 우리는 왜 삼겹살을 튀겨볼 생각을 안 하는거냐며.

창펀을 처음 맛 본 곳은 식당도 아니었다. 우리로 치면 떡볶이 같았던 창펀은 시장 뒷골목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홍콩달러로 6달러쯤인가를 주면 1인분을 담아줬다. 나무 막대 꼬치 몇개를 같이 준다. 물론 길거리에서 먹은 창펀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 그냥 찹쌀가루로 만든 저 피만 주는거다. 떡볶이랑 똑같다니까! 근데 나는 저 피를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떡을 별로 좋아 하지 않는데 너무 쫀득쫀득하고 묵직한 느낌이 싫어서인 것 같다. 그런데 창펀은 미끄덩하면서도 쫄깃하지만 아주 얇고 가볍다. 아아 나는 전생에 홍콩 사람이었던걸까..

아 맞다 나 지금 한국에 있지. 그래서 아무튼 유유안에서 맛본 시우육과 창펀은 둘 다 훌륭했다. 고작 두세 번 가본게 전부이지만 왠지 모르게 엄청나게 그리운 홍콩에 대한 향수를 채워준다. 시우육의 퀄리티는 고기도 고지만 저 튀김 부분이 얼마나 잘 튀겨졌느냐에 따라 확확 달라진다. 튀김 부분이 너무 딱딱하거나 두꺼우면 없느니만 못한 튀김옷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유유안은? 완벽했지 뭐. 거의 교과서랄까. 

창펀도 마찬가지다. 물론 고급 식당이니까 속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 달렸지만 나는 이 적당한 두께와 찰기가 있는 피가 좋았다. 너무 물컹거리지도 않고 너무 얇아서 픽픽 찢어지지도 않았다. 한동안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나누는 기준이 '디테일'에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요즘은 '적당히'에 있는거 아닌가 싶다니까. 

 

앗 아직.. 여기의 베스트 메뉴가... 안 나왔군요...?

반마리가 생각보다 아주 크다. 나는 중국생각하고;; 코딱지 만하게 나오는 반마리인 줄 알았는데 엄청나게 실했다. 반마리 8만원쯤이었던 것 같은데, 카빙해주는 부분을 빼고 남은 고기를 발라내서 요리를 하나 만들어준다. 게다가 그 메뉴도 마라볶음이나 양상추쌈 중에서 고르도록해주고. 신라호텔 팔선에서는 추가요금을 -_- 받던 밀전병추가도 여기서는 그냥 서비스로 해준다. 아니 팔선은 진짜 뭐 내가 밀전병으로 배채울까봐 걱정되서 그러냐구 진짜..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그동안 내가 먹어본 모든 베이징덕 중에 최고였다. 겉바속촉의 교과서였고 오리 자체의 퀄리티도 좋았다. 

 

요러케 잘 싸가지고 먹슴다

 

나는 유유안의 마라볶음은 도대체 무슨 맛일까하는 기대로 마라를 골랐다. 이 '적당함'!!!!!!! 매운 맛과 마한 맛은 물론이고 산초나 다른 이름모를 향신료들 모두 모두 센 것처럼 등장했다가도 제 역할을 하면 샥샥 사라진다. 감동..

 

이미 진짜 너무 배가 불러서 뭘 더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유튜브에서 봤던 이 두부 요리가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튀긴 두부인데 순두부보다도 부드러운 질감이었던게 기억난다. 이 메뉴도 엄청 맛있었지만 갑자기 톤이 확 달라진 메뉴다보니까 감흥이 조금 덜했다. 이 앞까지는 쭉 홍콩 구시가지 한복판에 서있는 느낌이었다면 갑자기 홍콩IFC몰에 생긴 퓨전이탈리안에 들어와있는 기분이었달까.

 

 

마지막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마무리. 연말 모임은 여기로 다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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