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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한끼를 소중하게

청담, 익스퀴진 - 갓성비의 세미파인다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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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익스퀴진을 알게 됐을 때는 언제든 원하면 예약할 수 있는 식당이었는데 (그래서 미뤘는데) 어느날 생각나서 다시 찾아보니 도저히 예약을 할 수 없는 인기식당이 되어있었다. 캐치테이블 VIP 특전으로 예약 기회를 얻은 덕분에 비는 날짜 비는 시간에 다녀왔다. 일요일 점심으루!


왁스 스템프로 실링된 봉투를 열면 메뉴가 들어있다. 왁스 실링이 스티커가 아닌 진짜 왁스다. 이런 정성이 있나! 메뉴는 익히 들었다시피 좋은 가격이다. 주말런치 가격이 6만원. 여기도 프란로컬처럼 (그 외 많은 요즘 식당처럼) 메인인 식재료명만 메뉴에 기재해뒀다. 와인페어링을 원하면 하루 전에 미리 얘기하면 준비해주신다고 한다. 

4~5가지의 글라스가 준비되어있어서 쇼비뇽블랑과 알리고떼를 한 잔씩 주문했다. 사진은 알리고떼만 있다. '이게 알리고떼라고?'하고 충격받는 아저씨가 그려진 라벨링에서부터 일반적인 알리고떼의 맛은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강렬한 노오란색이었고, 캔달잭슨의 녹진한 샤도네이가 생각하는 바디감이었다. 처음엔 향도 매우 복합적이었는데 온도가 올라가면서 미네랄이 강해졌다. 끝에 꿀의 향과 맛이 강하게 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첫번째 나온 한우육회 감태말이와 가장 좋은 조합이었다. 그 다음에 나온 메뉴들과는 그냥 그랬다.

글라스 와인과 조합이 좋았던 한우육회감태말이. 옆의 소스는 청양고추소스였던 것 같은데...(흐릿)

 

파이지 위에 버섯과 크리미한 소스가 곁들여졌고 계란 노른자로 마무리된 아뮤즈부쉬2. 한 입에 먹어야 한다.

 

 

위 사진에서 조약돌이 아닌 것을 찾으시오. 오징어와 맥주반죽으로 튀김옷을 만들고 안에는 광어를 넣어 튀겼다. 직접 만드신 파프리카 케찹에 찍어서 먹는다. 전반적으로 간이 강하지 않아서 소스를 열심히 찍어먹게 된다. 튀김옷은 두께가 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엄청 쉽고 가볍게 바스라졌다. 파사삭 파사사삭. 가루가 왕창 떨어지지만 와자작 씹어먹는 경쾌함에도 포인트가 있는 음식 같으니 신나게 씹어드시길!

 

이제 에피타이저가 시작된다. 세비체 스타일의 에피타이저. 메뉴판에 생선이 없었는데 뭐지? 하고 다시보니 적혀있는 것이 APPLE이다. 사과가 어디있냐고? 자세히보면 회처럼 포를 뜬 사과가 있고, 따라주시는 초록색 소스가 사과다. 부추오일 딜오일은 많이 봤어도 사과로 만든 오일이라니. 정말 상큼하고 다른 식재료와도 잘 어울렸다. 

 

BUTTERNUT SQUASH. 버터넛 스쿼시도 식재료 이름이다. 일명 땅콩호박. 보기엔 호박죽처럼 보이지만 속 안에 들어있는 재료가 다채로워서 키쉬를 먹는 것 같다. 다른 재료들은 키쉬속재료처럼 다져서 들어있는데, 반숙란 하나는 통으로 들어있다. 일반적인 반숙란은 겉이 많이 익고 속이 덜 익은 방식인데, 이 반숙란은 겉과 속이 동일하게 반숙이어서 촉감도 정말 좋고 고소했다. 짝꿍은 이 계란만 매일 6개씩 먹고 싶다는 다소 과격한 감상평을 남겼다. 중간 중간 크루통같은 것도 섞여있어서 뭉근하다가 바삭하게 씹을 거리까지 등장한다.

 

메인이다. PORK. 여기에서 실망했다. 갑자기 멕시코풍의 디쉬가 등장했다. 코스라는 것은 앞과 뒤의 플레이트가 연결되면서 완성되는 재미가 있는 법 아닌가! 아무튼 갑자기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남미풍의 어퍼컷이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운데, 엄청 짜다. 앞에서 안 쓴 소금을 여기에 모두 쓰기로 했나보다. 메뉴에 전체적인 컨셉 아니면 각 음식의 컨셉이나 재해석된 부분을 적어뒀다면 조금 덜 당황했을텐데 아쉽다. 

 

 

빨리 빨리 디저트로 넘어갑시다요. 백도와 황도를 모두 활용한 샤베트가 나왔고, 

 

쁘띠 슈, 오미자 시럽(시럽이라기엔 매우 묽은)을 품은 초콜릿, 작두콩차가 나왔다.

 

에피타이저까지는 아주 좋았는데 메인이 아쉬웠다. 메인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앞의 좋았던 것을 모두 잊은 채로 레스토랑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건 정말 미친 가성비다. 가격을 생각하면 내가 메인이 이렇네 저렇네할게 아니지. 그럼.

 

앗 참고로 글라스 와인은 잔당 18,0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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