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24.
알게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것처럼 편안하다. 취향은 또 얼마나 비슷한지. 혼자 시간을 보낼 때나 작업할 일이 있을 때 카페를 찾는 습관이 있는데다가 한심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싫어하고 나른하게 햇살을 쬐는 것을 똑같이 즐기는 사람이 있다니. 이뿐만이 아니다. 내가 하려던 말을 그가 먼저하기도 하고, 때로는 동시에 같은 말을 하려고 입을 뗀 적도 있다. 이보다 잘 맞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랍기만 하다.
2013. 05. 31.
도대체 어쩌다 이런 사람과 사랑에 빠졌는지 모르겠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탓에 커피에 대한 감상을 나눌 수도 없고, 함께 카페에 앉아도 노트북에 코를 박고 자기 일을 하느라 바쁘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지루한 영화들만 골라서 보려고하고, 햇살좋고 바람좋은 이런 날씨에도 온도조절이 알맞게 된 실내만 고집한다. 이런 날씨엔 테라스에 앉아서 아이스커피를 홀짝여줘야 한다고!
2015. 03. 25.
결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남자친구로부터 커피머신을 선물받았다. 원두가 맛있기로 유명한 로스터리 카페의 커피빈도 함께. 카페의 넓은 테이블을 좋아하는 우리는 큰 테이블을 책상 겸 식탁으로 쓰기로 했다. 우리는 티비를 잘 보지 않으니 사지 않기로 했고, 대신 한 쪽 벽 전체를 책장으로 채우기로 했다. 집은 볕이 잘 들고 지하철 역에서 가까운 곳을 기준으로 골랐다. 작고 오래된 아파트지만 부족하지 않다.
2015. 07. 29.
나는 12시가 되기 전에 잠들고 정확히 7시간을 잔 뒤에 일어난다. 내 신규보호자는 자신의 능률과 집중력이 저녁부터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매일 아침 아주 고통스럽게 일어난다. 나는 먼지가 무한번식하는 자웅동체와 같아서 대항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는 인간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쓰고난 수건을 바로 세탁물통에 넣는다. 그는 아니다. 나는 집에서 밥을 해먹는 것을 귀찮아 한다. 그는 아니다. 나는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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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처음 짝을 만났을 때, 그와 내가 얼마나 같은지를 두고 감탄한다. 그리고 현미경을 들고 다가가면서 얼마나 다른지를 보고 불만스러워하기 시작한다. 결혼 소식을 전했을 때, 몇몇 어른들이 같은 조언을 해주셨다. 1 결혼은 매일 한 걸음씩 노력하는 것이고, 2 그 사람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고, 3 상대방을 불쌍히 또 감사히 여기면서 사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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