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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한끼를 소중하게

종로에서 홍콩여행을 - 종로2가, 초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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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 먹을래? 이게 무슨소린가 싶었다. 우린 아직 길 한복판에 서있었고 어디 식당에 앉아 메뉴를 고르는 중도 아니었고 볶음밥(2인)이라고 적힌 것도 아닌데, 볶음밥을 먹을거냐고 물었다. 볶음밥만 파는 곳이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거다. 하지만 그런 곳이 이 종로 2가, 나이트 호객꾼들과 혼잡한 떡볶이 노점상들이 어지럽게 섞여있는 이 동네에 하나도 안 어울리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저녁 방문이었고 여기저기 빨갛고 노랗고 파란 네온사인들이 내 홍채를 쥐락펴락하고 있어서 무채색 빛의 이 작은 가게를 보는 순간 탈출구 같은 걸 발견한 기분이었다.

앞에는 중국식이라고 붙어있는데 내부는 홍콩 느와르 영화를 찍을 것같았다. 천장이 높고 좁은 직사각형에 여기저기 빼곡히 붙은 홍콩과 중국의 사진과 포스터가 그 분위기를 더 진하게 만들어준다. 앉을 곳도 몇 자리 되지 않았고 메뉴도 두 쪽에 불과했다. 대여섯가지의 볶음밥과 유린기, 마늘새우볶음 같은 요리 몇 개. 볶음밥 메뉴에서 절반은 BEST가 붙어있었다. BEST 이 붙은 게살볶음밥과 그렇지 않은 홍콩식 소고기볶음밥을 주문했다. 안에서 커다란 웍이 불에 스치는 소리가 한참 나더니 의외의 그릇에 담긴 볶음밥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슬고슬 아주 잘 볶아진 볶음밥이다. 게살볶음밥은 무난한 맛이고 짜장소스에 비벼먹고 싶은 생각이 끊임없이 든다. 홍콩식소고기볶음밥은 중국음식특유의 냄새가 강하게 올라왔다. 사차장이라는 중국식 소스인데, 아마도 이 향이 싫어서 중국음식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거다. 나는 아주 좋아하지만. 우리가 이걸 주문할 때, 왜 경고같은 것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주문해놓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소스가 약간 탈 정도로 센불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날리는 밥알과 고슬한 계란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다음에는 포장도 해와야지.


2017. 02. 27
게살볶음밥 6,000
홍콩식소고기볶음밥 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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