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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한끼를 소중하게

원두를 사세요! - 청담, devas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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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헤집고 다닌게 벌써 10년은 족히 넘었고 스타벅스에 입덕하던 때부터 카운트하면 15년차쯤 되는 것 같다. 그것도 주 7일제로 카페발굴을 다녔으니 이제는 간판의 타이포만 봐도 커피맛을 대강 때려맞출 수 있는 경지다. 물론 내가 파고다닌 카페는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을 아우르는 커피 중심의 카페들이다. 디저트는 알못.. 어쨌든 엉뚱한 평가법이지만 그간의 연구결과ㅋㅋ에 따르면 커피가 맛있는 카페들은 간판부터 인테리어, 흘러나오는 음악, 복장까지 일관된 색깔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극단적인 예를 들면, 그 색깔이 고즈넉한 경우에 핸드드립이 맛있고 세련되고 선명하면 에스프레소에 강한 경우가 있겠다. 아마도 커피의 색깔이 확실하면 줄지어 카페의 아이덴티티와 분위기도 깔끔히 노선 정리가 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서 보통, 유행을 뒤쫓아 생긴 카페들은 커피맛도 열심히 뒤쫓아 가는 중인 경우가 많다. 

사실 그래서 기대 안했다. 커다란 유리 통창과 하얀 벽, 높은 스툴, 일자형 커피바. 진짜 원조가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felt coffee(클릭)부터 시작해서 relieve, luft. 이제는 다수의 신장개업 카페들이 좇는 유행이 됐다. 그래서 데바스테이트도 그런 후발 주자 중에 하나인가, 싶었던 거다. 그런데 탁. 들어서는 순간 음악과 공간, 소품부터 원두 포장과 캔 더치커피까지 아이덴티티가 확실했다. 유행의 꽁무니를 쫓는게 아니라 트랜드를 소화하고 나름의 색깔을 덧입혀 그 흐름에 합류하고 있는 느낌.

커피도 훌륭했다. 얼마전 루프트에서 마셨던 플랫화이트에 비하면 이건 너무 훌륭하지. 그리고 내가 정말 놀란 건, 원두 가격. 생두 수입업체가 낸 카페라서 그런지 원두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250g에 11,000원. 보통 저렴하게 파는 작은 가게들이 100g 6,000~7,000원 선인걸 생각하면 정말 저렴한거다. 당장 사와서 집에서 내 반자동머신으로 내려마셨는데, 이 원두 진짜 훌륭하다. 정말 매뉴팩트와 맞짱떠도 될 만큼 훌륭해.  

플랫화이트



둠칫둠칫 신나는 음악 듣다가 패션업계종사자들의 뒷담화 엿듣다가 뜨개질 서너줄하다가 한 시간도 못 있고 일어났다. 회전율이 엄청나서 나도 같이 회전해줘야 할 것 같은 공기가 있었다. 한 시간 걸려 갔는데.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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