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간 살던 홍대를 떠난지 어언 2년. 홍대 앞은 여전히 내 고향이고 고향을 중심으로 멀게는 합정, 망원, 이대 언저리까지 여전히 심리적으로 내 동네다. 워낙 빨리 바뀌는 동네라 몇 주만 안 가도 바뀐 가게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는데, 그 변화는 내게 원인 모를 박탈감 같은 것을 남긴다. 그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알던 내가 뒷북을 치는 게 스스로 싫은 건가 싶기도 하도. 루프트는 합정동에서 한동안 꽤 핫했다.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 찾아간 적이 있는데, 만석이라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홍대 앞에 살았다면 다음날에 혹은 다음에 지나갈 때 혹은 다음에 누구 만날 때 다시 오지 뭐, 했을텐데. 발걸음을 돌린 그 날 이후로 기회가 닿지 않았다. 그랬던 루프트가 내 주말 루틴 동선에 딱 맞게 지점을 냈다. 성공적인 데뷔를 자랑이라도 하듯 아주 아주 크게.
1월 1일 방문이라 연초초심파워가 충만해서 찍은 메뉴판...
얼어죽을 뻔했던 철제 테이블.. 아차싶어 자리를 옮기려고 둘러보았지만 모두 철제테이블이었다. 이제 여름에 올게요...
테이블이 추워서 오래있지는 못했고, 사실 커피는 인테리어만 못했다. 플랫화이트는 그저 나쁘지 않은 편이었고 아몬드밀크라떼는 다시 한 번 아몬드밀크를 왜 먹는지 의문을 갖게 해줬다. 느끼하고 미끄덩한 맛인데 건강과 다이어트만을 위해 이런 걸 마신다는 게 납득이 안 간다. 다른 곳에서 아몬드밀크라떼를 마셔본 적이 없으니 다른 정말 맛있는 곳에서 다시 도전해보리. 그래도 반가웠다. 일하는 분들과 아는 사이도 아니고 합정과 명동이 강과 바다를 건너는 대단히 먼 거리인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내 동네에서 왔다고 하니 괜히 반가웠다. 아무래도 다음주에는 고향 방문을 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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