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고, 분명히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주장. 그리고 그 방법은 지금의 '앙상한 민주주의'가 아니라 '살아있는 민주주의'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앙상한 민주주의'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을 말한다. 돈, 돈, 돈. 돈과 다수결로 모든 것이 결정되고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민주주의말이다. 자유무역과 투표에 의거한 의사결정이라는 미명하게 우리가 시달리고 있는 이 캐피탈리즘말이다. '살아있는 민주주의'는 진짜 주인의식을 가지고 매일의 삶에서 공정하고 진중하게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아주아주 이상적인 민주주의의 그림을 생각해보면, 그게 바로 저자가 말하는 '살아있는 민주주의'다. 그리고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들 한 명 한 명, 순간 순간의 노력과 결정으로 사회와 지구 전체가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너무 희망적일뿐만 아니라 주류에서 벗어난 주장으로만 느껴졌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건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 다시 고민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했다. 국제관계학이라는 범위 자체가 워낙 방대한데다가 특정 국제이슈를 하나 꼽는다고해도 결국 경제-정치-문화가 다 엮여있는터라,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더 어려워졌다.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다보면 결국 돈과 이상이 부딪히게 되고 돈은 즐거움을 가지고 있는 거대권력자라는 결론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라고 불려온 캐피탈리즘 속에서 나는 너무나도 순종적으로 자라왔던 것이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싶었다. 하지만 관련 분야에서 2년간 노동자로 일한 결과,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대신 내 행복을 뱉어내야 할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정말 한 톨의 숨김도 없이 까발리자면, 나는 박애주의자도 간디도 아닐 뿐만 아니라 소비 놀이 말고는 어떻게 즐거움을 얻는지 잘 모르는 도시에서 자란 현대형 인간이라는걸 처절히 깨달은 2년이다. 그리고 눈을 돌려 마음껏 돈을 주무를 수 있고 보기에도 화려한 삶을 바라보니 어째 내 옷이 아닌 옷을 입은 기분이다. 그래서 한 번 더 입술을 깨물고 누더기 같은 옷을 입은 희망을 본다.
최근 민주주의를 의심하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지만, 민주주의를 다시 한 번 믿어주려는 시각은 분명 비주류로 다가온다. 게다가 개개인의 노력과 희망을 말하는 시각은 더더욱. 하지만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나도 조금은 저자의 설명과 논리에 설득이 된 모양이다. 내가 너무 비관적인 시각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필요하고 또 가치있는 주장이 아닌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개인의 미래에 대해서는 가끔 허무맹랑할 정도로 꿈을 꾸라거나 비전을 말하고 다니라는 식의 희망품기를 주입받는데 반해 사회나 국가의 미래, 지구의 미래에 대해서는 끝없이 비관적이고 더 많은 위기감을 주고받기에만 급급하다. 세상에 양면적인 것이 한두개겠냐마는 오늘따라 내가 믿어온 것들에 대한 의심이 솟구친다. 생각해보면 근 10년간 친환경, 환경보호, 유기농, 공정무역 등이 놀라운 속도로 일반화되었고 이를 의식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어났다. 이 생각이 일반화되기 전, 먼저 꿈을 꾼 사람들이 분명 있었겠지. 그렇다면 더 나은 사회구조, 소비구조에 대한 꿈도 현실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 꿈도 돌맹이로 가득찬 시내를 열심히 흘러가다보면 큰 물줄기를 만나지 않을까.
살아 있는 민주주의
- 저자
- 프란시스 무어 라페 지음
- 출판사
- 이후 | 2008-08-21 출간
- 카테고리
- 정치/사회
- 책소개
- 희망의 전사 라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게 만들다! 살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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