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퇴계동, 삼대막국수 - 여길 먼저 왔어도 눈 떴겠는걸

회사 워크숍을 마치고 혼자 먹는 점심! 혼자 밥을 먹는건 심심한 일이지만 요즘은 너무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절실했다. 설렁설렁 혼자 골목길을 걸으니 문득 결혼한 후로 혼자 돌아다니거나 카페를 가는 시간이 부쩍 줄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내 요즘의 스트레스의 원인이 혼자보내는 시간이 너무 줄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삼대막국수는 남춘천역에서 아주 가깝다. 유포리 막국수를 맛보기 전까진 막국수는 원래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었다. 유포리 막국수는 막국수를 냉면도 비빔면도 아닌 중간쯤의 음식으로 인지하고 있던 내게 메밀의 존재감이 확 드러나는 뚝뚝 끊기는 면과 자작하게 부어먹는 육수의 감칠맛을 알려주었다. 그 이후에 나는 막국수라는 음식의 개념을 완전히 정립할 수 있었고 (진지) 막국수를 좋아하게 되었다.
삼대막국수는 유포리막국수만큼의 충격은 없었지만 충분히 맛있었다. 사실 다시 유포리에 간다고해도 이전만큼 놀라진 않을거다. 어제 저녁 닭갈비집에서 먹은 쫄깃한 막국수가 진짜 막국수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나로선 후두둑 끊기고 참기름이 적당히 둘러진 이 막국수가 너무 맛있다. 혼자 들른 나로서 더 고마웠던 것은 3가지로 나뉜 막국수 사이즈와 섞어서 시키거나 반만 시킬 수 있는 전메뉴다.
감자전과 빈대떡은 각 7,000원씩이고 2장이 나온다. 메뉴판엔 없지만 감자전 1장, 빈대떡 1장씩 섞어달라고 할 수 있고, 아예 한 장만(4,000원) 시킬 수도 있다. 게다가 막국수는 소(6,000원) 보통(7,000원) 곱빼기(8,000원)으로 나뉘어있다. 그러니까 혼자가도 막국수에 감자전이나 빈대떡을 먹을 수 있다는 것. 혼밥족에게 너무 사랑스러운 배려 아닌가. (내가 주문한 건 막국수(소) 6,000원, 빈대떡 한장 4,000원이다.)
남춘천역에서 혼밥해야하는 서울사람 계시면 여기서 막국수도 잡고 전도 잡으시길 (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