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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잘조잘 나의 하루

재미있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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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과 자조를 섞어, 내 꿈은 소비자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그 말은 결국 나는 소비를 할 때만 삶이 재미있다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소비'라는 단어에는 사치스럽고 불필요한 어떤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경리단길에서의 브런치며 성북동 골목 카페에서의 커피 한 잔도 결국은 소비다. 돈을 지출하는 소비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제공하는 공간과 서비스, 상품을 소비하는 다각도의 소비인 것이다. 

이런 수동적인 소비를 할 때에나 겨우 재미있다니. 

재미있게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다. 그런데 내 삶을 재미있게 만들 기회를 만났을 때, 그 때, 바로 행동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면, 나는, 게으르니까. 재미라는 것이, 행복도 같은 맥락인 것 같은데, 지금의 재미와 회상의 재미로 나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 버킷리스트에는 별의 별 것이 다 들어가 있다. 외국어 마스터부터 시작해서 어디 카페에 가보기 어느 영화 어느 드라마 격파하기, 집에 걸어둘 그림 한 점 그리기 등등. 하지만 내 버킷리스트는 '지금의 재미'와 거리가 멀다. 

지금의 재미는 내가 버킷리스트 대신 늘 선택하는 것, 그러니까 위에서 말한 수동적인 소비를 하거나 햇살 쬐면서 낮잠을 잔다거나 양배추를 볶아넣은 간짬뽕을 먹으며 예능을 본다거나 하는 것이다. 반대로 회상의 재미에 들어가는 것은 말그대로 버킷리스트들이다. 할 때는 번거롭고 힘들지만 지나고나면 사골처럼 우러나는 추억이 되는 것들 말이다. 

다들 '오늘'을 살아야 한다고 하는데, 가끔 잘 모르겠다. 내가 갑자기 내일 죽는다고 하면 오늘 간짬뽕을 안 먹은 걸 더 후회할지 오늘 그림을 안 그린 걸 더 후회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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