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72가 하도 좋다는 소릴 많이 들어서 기대가 컸는데,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오션 > 레이크 > 스카이 > 클래식 순서로 뷰가 예쁘다고 하고 잔디상태도 좋다고 하던데, 내가 오늘 간 코스스는 두 번째에 랭크된 '레이크코스'였음에도 불구하고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경기가 진행되는 건 오션코스라고 한다. 락커룸이나 샤워시설은 오래된 티가 그대로 났고, 카트에는 패널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캐디가 수기로 점수를 적어줬다. 코스설명은 티박스에 있는 그림을 보며 들어야 했다. 카트 위치에서 몇미터가 남았는지 자동으로 보여주는 패널이 없다보니 이번엔 그것도 없으니 숫자가 적힌 말뚝을 참고하거나 캐디가 말해주길 기다려야 한다. 이것저것 자잘한 선물들과 3번홀 뒤에 간식코너(여름에는 아이스크림, 겨울에는 붕어빵)가 주는 재미,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탁트인 하늘, 편안한 페어웨이, 친절한 캐디 덕분에 그나마 실망감이 불쾌함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스카이72는 영종도에 있어서 톨비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 대단한 간척지에 있는 스카이72는 72개 홀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어마무시하게 넓다. 그래서 코스를 찾아가는 도로표지판이 따로 있을 정도. 이 말은 바다코스와 하늘코스의 클럽하우스가 다르다는 얘기..!
스카이72도 라운딩이 끝나면 주차장으로 카트를 타고 캐디백을 실으러 가게 된다. 그때 주차 위치를 정확히 말하기는 쉽지 않은데, 여긴 똘똘하게 알파벳과 같은 자음으로 시작하는 국내지명을 붙여뒀다. D 독도! A 안동! 진짜 한방에 기억할 수 있다 ㅋㅋㅋ
바다코스 클럽하우스는 상당히 정부청사처럼 생겼다. 하늘코스 클럽하우스도 찾아봤는데 디자인은 통일인가보다. 여기서도 중문CC에 이은 퍼블릭골프장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것인가하고 잠깐 기대를 했으나..!
클럽하우스에 입장합니다. 문 앞에 있는 분수를 보고 고급진 곳인가하고 잠깐 착각했지만 들어가니까 바로 유구한 역사가 느껴지는 클럽하우스를 만날 수 있었다.
여자 락커룸 2층에 있어서 보스턴백을 이고지고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게다가 라운딩 끝나면 스타트광장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스타트광장인 지하1층에서 2층으로 이동해야 하는 것! 체력 방전된 상태에서 2개층을 걸어올라가는 것은 작지만 큰 고통이었다... 계단에 적어둔 소모칼로리 더 킹받음...
자 이제.....대단한 역사가 느껴지는 락커룸을 보시겠다... 락커 문을 열면 구립 수영장 락커룸에서 나는 그런 오래된 나무 락커냄새가 난다. 그리고 밖이 밝아서 그런건지 조명이 몇개 없어서 어두운건지 모르겠는데 구석에 있는 락커는 안이 잘 안보인다.......
락커키를 태그형 팔찌로 주는 골프장은 처음 봤다. 잃어버리면 만 원을 물어내야 한다. 스카이72 운영업체가 바뀌면 혹시 락커 좀 교체해주려나.. 오늘은 이코노미골프가 아니라서 스카이72 상태는 이코노미골프 수준(혹은 그 이하,,)이었지만...암튼 밥도 여기서 먹는다. 18,000원짜리 해장국으로...
해장국은 맛있었다. 18,000원이나 받는데 이것보다 맛없으면 진짜 그건 진짜 징ㄴ짜 아니지.
스타트광장을 거쳐서 나오면 퍼팅연습장이 있다. 72홀 골프장답게 사람이 많은지 퍼팅연습장도 여러개 구비되어있다. 퍼팅장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면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양쪽 옆에 텅빈 퍼팅장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레이크 인코스로 예약되어서 스타트홀인 10번홀까지 카트를 타고 이동했다. 이 이동에 20분이상 소요된다고 사전에 여러분 안내가 온다. 다른 사람들이 치고 있는 홀을 구경하며 쭉 달리고 달려서 10번홀에 도착한다. 여기도 퍼팅연습장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러닝어프로치 연습도 할 수 있어서 사람들이 전부 어프로치 연습을 하고 있다. 러닝어프로치 연습을 허용하는 퍼팅장은 처음 본다.
나를 엄청난 충격에 빠뜨린 백미러...바로 바로 카트 안에 패드가 붙어있어야 하는 자리에 백미러가 붙어있는 것 아닌가!!!! 코스 설명도 캐디가 구두로 해주고 점수기록도 종이에 펜으로 직접 적어준다. 세상에. 손으로 적으니까 나중에 점수를 합산해야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캐디가 다 계산해서 적어서 주십니다... 스카이72 진짜 캐디하기 힘들다...
그늘집 메뉴를 주문하려는데 패드가 없으니까! 메뉴가 뭐있냐고 물어봤더니 캐디님이 기계처럼 쫙 읊어준다. 우리가 기억을 못해서 어버버버하니까 보여준 메뉴가 인쇄된 영수증종이. 가격도 나와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제일 불만이었던 잔디상태. 디봇자국도 정말 많고 얼룩덜룩한 곳들이 많았다. 맨땅이 여기저기 많다보니 공이 잔디 사이 맨땅에 떨어져서 난감한 경우가 많다. 우린 명랑골프였으니 동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공을 좀 옮겨서 치기도 했는데, 내기골프라면 정말 곤란할 것 같다.
티박스도 매트가 아닌 잔디로 되어있는 건 좋았는데, 티박스는 사람들이 많이 밟고 다니다보니까 상태가 더 안 좋았다. 파3를 제외하고 모두 드라이버를 치기 때문에 뭐 크게 상관은 없지만...다른 골프장들이 티박스에 왜 매트를 깔아두는지 한 방에 이해 완료.
그린은 전체적으로 좋았다. 건조하고 시원한 날씨여서 그린이 엄청 빠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린이 느렸다. 시작할 땐 2.3m였고 후반전 시작할 땐 2.5m 라고 했다.
스카이72가 재밌었던 건, 뭘 잡다구리하게 많이 줘서였다. 협찬도 많이 받는 것 같고 자잘한 선물도 엄청 준다. 그 중에 스카이72가 가장 유명한건 겨울에 나눠주는 붕어빵인 것 같았다. 여름엔 붕어빵 대신에 아이스크림을 준다. 일반적으로 파는 바 형태 아이스크림(죠스바, 비비빅, 스크류바 같은) 중에서 골라 먹으면 된다. 이게 뭐라고 아이스크림집 언제 나오나 되게 기다리게 된다 ㅋㅋㅋㅋㅋ 아이스크림집은 레이크코스 3번홀 끝나고 나옵니다!
아이스크림 외에도 처음 체크인할 때 마스크팩도 주고 카트에 얼음물도 준비되어 있고 샤워실에는 협찬받은 온갖 제품들(바디스크럽, 로션같은 보습 제품들, 샤워타월도 여러가지고..)이 아주 정신이 사나울 정도로 많이 있었다.
게다가 우리는 캐디님까지도 선물을 따로 챙겨주셨다. 우리도 챙겨간 음료수들을 캐디님이랑 같이 나눠먹었는데, 아마 캐디님도 기분 좋게 시간보내셨나보다. 예쁜 선물 주셔서 감사해요!
아래는 골프장 전경 사진이다. 넓고 평탄하니까 미국 골프장이 대충 이런 느낌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사진을 보면 페어웨이가 평평한 편이라는 걸 볼 수 있다. 벙커도 해저드도 그렇게 많지 않고, 페어웨이 너비도 좁지 않다. 바람이 많이 불 줄 알았는데 내가 라운딩하던 날은 그렇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가리지 않는 하늘과 지평선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카트에 패드가 없으니까 티박스에 놓인 요 코스안내판을 보는게 도움이 된다. 후... 8, 15, 17홀 빼고 다 찍어왔다구요 칭찬해조요... 그리고 코스안내판에 아주 주옥같은 멘트들이 적혀있다. 중문CC도 그렇고 오래된 구장들은 이런 문구를 써놓는 문화가 있나보다. 화장실에도 여기저기 재치를 섞어 가르침을 전하려는 문구들이 가득했다ㅋㅋㅋ.... 참, 안내판이 놓인 곳을 보면..티박스의 처참한 잔디상태를 볼 수 있다...
스카이72 운영사가 바뀌면 퀄리티도 좀 달라지려나? 그때는 기회가 된다면 오션코스를 가보고 싶다. 하지만 레이크 이하로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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