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을 멋지게 마친 교보문고는, 예전보다 백 배는 더 좋아졌다. 근처에서 약속이 있으면 꼭 들르게 되는 교보문고. 사야하는 책도, 보고싶은 책도 딱히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았다. 여기저기 서성이면서 책들을 만지작 거리고 책장을 넘기다, 문득,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를 뒤적거리는 내 모습의 오프라인 버전 같은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있으면 집어들고 스크롤을 내리듯 책장을 넘기고, 마음에 드는 문구가 보이면 읽고. 옴니버스 형식의 책들이 더 많아져서 그런지, 짧게 짧게 읽고 덮고 하는 인터넷 같은 행위가 오프라인에서도 넉넉히 가능했다. 엄청난 차이점은, 읽은 글들의 평균 퀄리티가 온라인보다 훨씬 높았다는 것. 당연한 얘기긴하지만, 종이책의 유머도 온라인의 거칠 것 없는 유머들 만큼이나 나를 폭소하게 했고, 직장인이 뭐뭐하게 되는 이유라던지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는 30가지 삶의 지혜같은 내용을 다루는 면에 있어서 훨씬 정돈된 글을 읽을 수 있었다. 핸드폰으로 여기저기 떠다니는 쪽지에 가까운 글들을 읽다가 이렇게 양질의 스크롤링을 하고나니 갑자기 책 욕심이 하늘을 찌른다. 책 읽는 속도가 욕심을 못 따라가서 한 권을 채 마치기도 전에 욕심은 평정을 유지하게 되고 말지만;;
읽으면 좋을 고전적인 내 전공분야의 도서들;; 여기서 읽은 건 두 권 뿐이고요. 여기다 올려두면 한 권은 더 찾아 읽겠지? 희망희망
내가 제일 오래 스크롤링한 책이다. 시댁에 관한 챕터가 있어서 (ㅋㅋ) 냉큼 읽었는데, 저자는 자신의 며느리에게 거절하는 법을 가르쳤고, 지금도 며느리는 거절을 잘 하는 좋은 며느리라고 한다. 무조건 다 거절하고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과 어려운 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딱히 미워할 이유가 없어도 시댁이 미운 이유는, 나에게 거절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가 선택해서 하는 것과 무조건적으로 토하나 달지 못하고 해야하는 것은, 결국 같은 일을 하더라도 천지차이다. 회사가 싫은 이유도, 시댁이 싫은 것도 같은 원리란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이렇게 생각하는 시부모님이 계셔야 상명하복의 한국식 시월드 분위기가 바뀐다는 점이지만, 아랫사람이라고 어쩔 수 없다고 하기엔 어쨌든 우리도 관계에 얽혀있는 가족 구성원 아닌가! 적당한 속도로 차근히 문화를 바꿔나갈 노력을 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 내가 시댁을 본격 미워하게 되기 전에, 잘 표현하고 또 잘 거절해서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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