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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배추된장국 - 속편한 알배기배추된장국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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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기사식당에 대한 환상같은 건 없다. 택시기사분들이 하루종일 운전을 해서 입맛이 더 예민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기사분들이 가격대비 좋은 식당을 많이 알아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래서 아무튼 기사식당이 가격이 저렴하면서 맛도 좋다는 말인데 내가 찾아다녀본 기사식당들은 대체로 짜고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그냥 백반집일 뿐이었다.

우연히 친구와 갈 식당을 찾느라 지도를 뒤적거리다가 상수역 즈음에 있는 우리집 배추된장국을 발견했다. 기사식당이길래 패스하려던 찰나. 뭐길래 평점이 네이버 4.78, 카카오맵 4.0 이지? 메뉴는 배추된장국인데!

운영시간이 새벽 5시부터 오후3시쯤까지라길래 아침 8시에 진짜 '아침밥'을 먹으러 갔다. 간단히 배추된장국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내가 무슨 열정으로 배추된장국을 먹겠다고 여기까지 왔지?하는 생각을 잠깐 하는 사이 아주머니가 쟁반째로 작은 반상을 가져다 주신다. 사진을 보자마자 알았다. '와 진짜 집밥같겠다.'

배추된장국은 알배기배추된장국이었고, 흰쌀밥, 계란후라이, 시금치, 오이소박이, 배추김치, 콩자반이 나온다. 이 반찬 구성 굉장히 집밥 같다. 내가 홍대쪽에서 자취하는 학생이라면 굉장히 자주 오지 않았을까. 사실 이 구성에 7천원이라는 가격이 조금 비싸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정말 속 편한 식사를 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 값만큼은 충분히 하는게 아닐까.

배추된장국에 사용된 된장이 시판 된장이 아닌 시골된장이라고 한다. 딱 평범한 배추된장국의 맛에 약간의 칼칼함을 더한 맛이다. 그 균형을 아주 조화롭게 잘 맞춰놓은 잘 만든 배추된장국이다. 어릴 때 급식에서 먹던 배추 몇 조각이 둥둥 떠다니던 배추된장국이랑은 비교도 할 수 없다.

지도에서 평점을 보지 않았으면 진입하기 쉽지 않은 외관이다. 하지만 배추된장국을 맛본 뒤에 다시 보니까 왠지...타이포와 카피가 귀엽게 느껴져...

된장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플랜카드

우리집 배추된장국 운영시간은 오후 5시까지라고 적혀있지만, 보통 3시반쯤이면 문을 닫으신다고 한다. 고등어 메뉴도 있다. 메뉴를 적어두신 솜씨를 보면, 귀여운 분인게 분명하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귀여움도 사장님의 귀여움이 새어나오는게 분명해.

손 씻는 곳이 이렇게 따로 마련되어있다는 게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손을 씻을 수 있다는 것을 손님들이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뭔가 표시되어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열심히 둘러보던 나도 한참있다가 발견할 정도였으니, 그냥 밥만 먹을 생각으로 오신 기사님들은 눈치채지 못한 채로 식사를 마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손으로 배추된장국 해먹기 싫을 때, 든든한 아침식사로 배추된장국이 생각날 때, 봄에 쑥이 들어간 된장국도 하시는 것 같은데! 그 때! 또 다시 오고 싶다.

위치! 우리집 배추된장국은 상수역과 합정역 딱 중간 즈음이다. 주차장길에서 가까우니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길건너 슬슬 걸어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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