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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한끼를 소중하게

제주 풍로 - 흑돼지도 근고기말고 오마카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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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돼지고기를 먹으면 삼겹살 말고도 다양한 음식을 떠올리게 되는데 왜 제주에만 오면 흑돼지 근고기가 아닌 다른 돼지고기 요리를 생각해내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제주에 오면 왜 한 번은 흑돼지를 먹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거 초등학교때 수학여행에서부터 이식된 개념인거 아닌지...?

제주니까 흑돼지는 먹고 싶고. 구워먹는 근고기 고깃집을 또 가기는 지겹고. 그러다가 돼지고기로 코스요리처럼 오마카세를 해준다는 식당을 알게 됐다. 그게 오늘 소개할, 제주 서귀포에 있는 풍로다.

 

제주 풍로는 캐치테이블을 통해 예약했고 오후 4시 6시 8시 중에 고를 수 있다. 아니 고를 수 없다. 제주 풍로는 다찌형태로 꾸며진 아주 작은 식당이라 2인은 5팀 정도, 3인 이상은 2팀정도 밖에 못 받는 것 같았다. 게다가 맛있고 가격도 나쁘지 않으니 (제주 풍로 가격은 인당 66,000원이고 예약금이 3만원임!) 예약이 미어터질 수 밖에. 미리 예약하는 건 실패했지만 그래도 제주 풍로를 예약하고 싶다면, 차라리 목표일 2~3일 전에 자주 확인해서 취소된 자리를 노리자. 

제주 풍로의 위치는 다소 생소한 곳이었다. 서울로 치면...음.. 경기도 어디 아울렛 가는 길에 자기들끼리 툭 떨어져서 모여있는 골프의류할인매장처럼 생긴 건물. 그런데 그 건물에 2층에 풍로가 있다. 1층에도 고깃집이 있었다.

 

혼자만 감성적인 입간판..

 

옆집은 막 임대 붙어있고..

 

제주 풍로 다찌 좌석을 촬영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포기. 밑반찬은 왼쪽에서부터 백김치, 고추장아찌, 갓김치. 갓김치 아래에 명이나물을 다져넣은 와사비, 말돈소금이다.

 

오늘 구워줄 재료들을 소개해준다. 이게 말하자면 오늘 제주 풍로 코스의 메인 메뉴 안내쯤이 되겠다. 여기에 소개되지 않은 것은 메인 메뉴 앞 뒤의 요리들(에피타이저, 식사, 디저트)이다.

 

첫 번째 에피타이저.  크림치즈와 과일.

 

생맥주는 한 잔만. 사케 종류도 매우 다양해서 하나 시켜먹고 싶었는데, 이 외진 곳에서 그것도 제주에서 둘 다 술을 마시면 누가 운전하죠? 다른 분들 블로그를 보니까 다들 풍로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던데, 풍로 보고 있나? 풍로는 셔틀제도를 도입하라! 도입하라!

 

다찌형태의 좌석이니까 나란히 앉는다. 그리고 직원분이 바로 앞에 놓인 화로에서 구워주는 것을 받아먹는다. 목살과 애호박, 버섯이 올라가고.

 

목살이 구워지는 동안 수란에 트러플크림? 트러플스프?를 얹은 두번째 에피타이저를 내어준다.

 

그럼 순서대로 구워진 고기를 보자. 먼저 목살이다. 누가 구워줘서 기분이 좋고 너무 맛있게 잘 구워줘서 기분이 더 좋다. 그래도 워낙 많이 먹어본 평범한 부위라 그런지 막 감동이 있지는 않다.

 

두 번째는 살치살이다. 처음 보여준 플레이트에는 돈살치살이라고 이름붙어있었다. 꼬들한 식감보다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는 나는 이 부위가 가장 맛있었다. 이 부위는 미디엄으로 구워져서 약간 빨간 부분이 보이도록 구워주었는데 그래서 더 부드러웠던 것 같다. 같이 나온 양파절임도 훌륭. 

 

세 번째는 삼겹살과 가브리살. 명란젓과 갈치속젓이 함께 나왔는데 나는 갈치속젓을 좋아해서 눈이 뒤집혔다. 그리고 노릇하게 지방이 타도록 구운 저 삼겹살이 보이시나요. 풍로 직원분들 진짜 잘 굽습니다.

 

삼겹살을 와구와구 먹다가 앗 조금 느끼한데 싶은 타이밍에 기가막히게 열무곤약국수가 등장한다. 배부르지 않게 소면 대신 곤약면을 쓴 것에 물개박수를 드리고 싶다. 소면을 먹었다면 내 위장은 아마도 식사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배부른 느낌을 마구 뿜어내기 시작했을거다. 

 

네 번째는 갈매기살이다. 그리고 목살과 함께 구워지기 시작했던 새송이버섯이 드디어 내려왔다. 촉촉한 육즙과 함께. 고추는 꽈리고추다. 갈매기살도 적당히 쫀쫀하고 고소하다.

 

전복 버터구이. 이때 나는 꽈리고추 중에 매운 녀석이 걸려서 혀가 마비된 상태라 버터의 풍미를 즐기지 못했다....

 

구운 방울토마토에 바질페스토를 올린 입가심용 메뉴다. 집에서 해먹어도 좋을 간단하면서도 맛있었던 메뉴. 딱 와인안주인데 말이지. 아무튼 슬슬 양념이 등장하는 것이 식사가 끝나간다는 걸 알려준다.

 

항정살은 팽이버섯 아래에 된장 소스를 섞어서 한 번에 먹는다. 된장찌개를 오마주한 메뉴가 아닐까 싶었다. 제육볶음 처럼 이 메뉴만을 메인으로 백반 한 상을 차려도 나쁘지 않겠다. 하지만 나는 꼬독꼬독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아서..

 

특수부위인 돈설. 항정살보다 조금 더 꼬독꼬독한 식감이다. 하지만 나는 꼬독꼬독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아서22..

 

제주 풍로는 이제 진짜 배가 불러서 그만 먹어도 되겠다 싶을 때 식사가 나온다. 그것도 돼지고기 김치찌개에 흰쌀밥. 그리고 반찬으로 먹을 삼겹살과 파절이 조금. 거기다 계란말이까지. 너무도 완벽한 한국인의 한 상 아닌지.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제 배부르다는 내적인 비명을 내지르고 있으면 드디어 마지막 디저트가 나온다. 제주 풍로를 검색하면 자주 나오는 바로 그 메뉴. 돼지바다. 돼지바는 컵의 뚜껑부분에 얹어있는 거고 그 아래는 매실차다. 돼지바가 녹을까봐 먼저 홀랑 먹게 된다.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단점은 택시나 발렛이 어려운 위치라는 것, 예약금이 인당 3만원이나 되어서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하기에는 어렵다는 것, 마지막으로는 (다른 고깃집도 마찬가지지만) 제주 풍로가 공간이 좁아서 그런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 돼지고기 먹고 왔어요'하는 냄새를 잔뜩 묻히고 나오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도 제주 풍로의 맛과 가격(인당 66,000원)을 생각하면 매우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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